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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향 없는 사랑의 비극… 고통·비탄의 인어공주

입력 : 2024-05-06 21:10:39 수정 : 2024-05-06 21: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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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마이어의 발레 ‘인어공주’

“내가 아무리 누군가를 사랑하더라도, 상대가 나를 사랑할 책임은 없다.”

발레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 역을 맡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조연재가 인어 꼬리를 형상화한 긴 바지를 입고 춤추는 모습.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이 지난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발레 ‘인어공주’의 메시지를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85)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처럼 자신이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에겐 관심 없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비참하기 짝이 없을 터. 노이마이어는 발레 ‘인어공주’에서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인어공주(조연재·최유정)는 한눈에 반한 왕자(이재우·허서명)의 사랑을 얻으려 꼬리까지 떼내고 인간으로 변신하지만 고통과 불행의 연속에 좌절하고 비탄에 잠긴다. 인어공주 역 무용수들은 이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몸짓과 표정에 담아야 한다. 노이마이어가 “추한 움직임도 할 수 있어야 하는, 무용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한 이유다.

5일 폐막 무대에 오른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조연재는 그 요구에 꼭 들어맞는 무용수임을 증명했다. 바닷속의 우아한 인어공주에서 인간 세상의 처참한 여인으로 전락하는 극과 극 삶을 몸 사리지 않고 표현했다. 바다마녀의 꼬임에 넘어가 꼬리를 떼내고 그토록 원하던 두 다리를 얻어 걷기까지 겪는 고통, 인간 세상에서 겉돌며 왕자에게 집요하게 구애를 해 봐도 소용없는 아픔과 외로움을 절절하게 연기했다. 특히 인어공주가 작은 방에 갇혀 신세를 한탄하고 자책하듯 몸부림치는 장면은 관객 마음을 울릴 만큼 안쓰러웠다. 고전 발레의 아름답고 정형화한 움직임에 익숙하거나 디즈니 만화 ‘인어공주’처럼 해피엔딩(행복한 결말)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쉽게 와닿지 않는 작품일 수 있다.

안무뿐 아니라 무대·의상·조명까지 도맡은 노이마이어의 천재성과 전자기장을 이용한 악기로 날카롭고 애절한 소리를 내는 ‘테레민’을 활용한 작곡가 레라 아우어바흐의 음악은 그들의 명성대로 인정해 줄 만하다.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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