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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해 12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에는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라는 이름의 독일 언론인이 등장한다. 1980년 5월 당시 독일 방송사 소속 촬영기자로 일본 도쿄 지국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웃나라 한국의 남부지방 광주라는 도시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 취재를 위해 광주로 갔다. 그 결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뉴스를 세계에 전한 외국인 기자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독일 국적의 배우 토마스 크레치만(61)이 극중 힌츠페터 기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파울 요제프 괴벨스(1897∼1945). 히틀러의 핵심 측근으로 나치 독일 정권 시절 국민계몽선전부 장관을 맡아 독일 국민들의 머리와 가슴을 나치 이념으로 물들였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크레치만이 비중있는 조연을 맡아 출연한 영화로 ‘작전명 발키리’(2009)를 빼놓을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4년 7월20일 나치 독일에서 일어난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암살 시도를 주도한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1907∼1944) 대령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암살이 성공했다고 여긴 슈타우펜베르크 측은 쿠데타를 일으켜 나치 독일 정권의 요인들 체포에 나선다. 히틀러의 핵심 측근인 국민계몽선전부 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제거 대상 1순위였다. 그런데 괴벨스를 잡으러 갔던 오토 에른스트 레머 소령이 괴벨스로부터 ‘히틀러는 멀쩡히 살아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자신이 본의 아니게 쿠데타에 가담할 뻔했음을 깨달은 레머 소령은 ‘반란군을 소탕하라’는 괴벨스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고 히틀러 암살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난다. 극중 레머 소령 역을 맡은 이가 바로 크레치만이다.

 

나치 독일을 뒤엎기 위한 쿠데타를 좌절시킨 괴벨스는 어떤 인물이었나. 1897년 라인란트에서 태어난 괴벨스는 1920년대 중반 히틀러의 연설에 매료돼 나치 당원이 되었다. 이후 타고난 언변으로 ‘선전·선동의 귀재’라는 극찬을 받으며 히틀러의 핵심 측근으로 성장했다. 히틀러는 총리가 된 직후인 1933년 괴벨스를 선전부 장관에 임명했고, 그는 1945년 5월1일까지 12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키며 독일 대중의 머리와 가슴을 나치 이념으로 물들였다. 독일의 2차대전 패배에 임박해 자살한 히틀러의 뒤를 이어 총리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 또한 연합군이 베를린을 점령하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독일 베를린 북쪽 호숫가 숲속에 있는 괴벨스 별장. 1999년부터 사실상 방치돼 잡초가 무성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3일 독일 매체들에 따르면 베를린 북쪽 호숫가 숲속에 있는 옛 괴벨스 별장이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괴벨스의 권력이 절정에 달한 1939년 지어진 별장은 부지 면적이 17만㎡(약 5140평)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동·서독 분단 시기엔 동독에 속해 청소년 수련원으로 쓰이기도 했으나 통일 이후인 1999년부터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별장 건물과 부지의 현 소유자인 베를린 측은 “모든 시설을 없애고 녹지로 만들자”는 입장인 반면 행정구역상 별장을 관할하는 브란덴부르크주(州)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만큼 철거는 불가하다”며 맞서고 있다. 독일 사회 일각에선 “해당 시설이 히틀러와 괴벨스를 추종하는 극우 세력의 성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의 나치 과거사 청산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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