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교정 시설서 ‘음란 도서’ 보는 성폭력범…이유는? [박진영의 뉴스 속 뉴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박진영의 뉴스 속 뉴스

입력 : 2024-05-04 09:00:00 수정 : 2024-05-04 10:03:3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수용자 알권리 vs 교정·교화 등 공익
수용자, 교도소장 상대 소송해 ‘승소’
교정시설 내 출판법 유해간행물만 제한
법 개정해 청소년유해매체물도 제한을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상해죄로 징역 12년에 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 4개월을 확정받고 2012년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A씨. 그는 2022년 지인을 통해 해외 간행물을 받아 보려다 교도소장에게 가로막혔다. ‘음란 도서’였기 때문이다.

교도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교도소장은 교부를 불허하고 반송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대리인 없이 취소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나는 판결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4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부산교도소장을 상대로 “‘전달 도서 교부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두 가지를 주장했다. 해당 도서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상 ‘유해간행물’이 아니고, 자신의 알권리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 처분이라는 것.

 

형집행법 제47조 2항엔 ‘교정 시설의 장은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한 신문·잡지 또는 도서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출판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정한 유해간행물이 아니면 도서 구독에 제한이 없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 “수용자의 잡지·도서 등 소지에 대해 동일한 내용의 구독 신청보다 음란성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교도소 내 질서유지 등 공익과 비교해 A씨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경기 과천의 법무부 청사. 법무부 제공

문제의 간행물은 여성 나체 사진으로 도배돼 있는데도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일 뿐, 출판법상 유해간행물이 아니었다.

 

교도소장은 “교정 시설에서의 음란물 기준은 일반 사회보다 더 엄격함이 요구되며, 설령 유해간행물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형집행법 목적인 ‘수형자의 교정·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 복귀 달성’에 도움 되지 않는 물품은 자체 심사해 반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 전력이 있는 A씨가 선정적 내용이 담긴 이 사건 간행물을 소지하는 경우 A씨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 복귀를 저해할 염려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교도소장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유해매체물 반입을 막으려면 형집행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2심 판단도 같았다. 교도소장은 “A씨 알권리에 비해, 그런 권리를 제한해 얻을 수 있는 공익적 측면, 즉 잔인한 성범죄자의 출소 후 재범 가능성으로부터 국민 보호 등이 훨씬 크다”면서 ‘사정판결’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정판결이란 행정청의 행정작용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게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을 때, 위법이 되더라도 원고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해 10월 이 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교도소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교정 시설 음란 도서 차단 대책의 단계적 시행을 발표하면서 “형집행법상 한계가 있어 법 개정 노력도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