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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뇽블랑의 계절이 돌아왔다...뉴질랜드 와인페스티벌 가볼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24-05-02 07:36:04 수정 : 2024-05-02 07: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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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뉴질랜드상공회의소 주최 와인페스티벌 열려/5월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5월18일 파크 하얏트 부산/수입사 18곳 소비뇽블랑·피노누아 등 80여종 와인 소개

 

비노킴즈 수입 투 리버즈 로제. 인스타그램

풀잎이 이슬을 머금은 싱그러운 아침의 들판. 로즈마리, 세이지, 파슬리, 타임이 지천으로 자라는 허브정원.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레몬, 라임, 구즈베리, 자몽이 담긴 커다란 과일 바구니. 코에 갖다 대자마자 비강을 파고는 강렬한 향들은 싱그러운 5월을 그대로 한잔의 와인에 담은 듯합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이들도 한 번 경험하면 절대 잊을 수는 화이트 품종 소비뇽블랑(Sauvignon blanc). 사람의 일생으로 따지면 풋풋함과 맑은 눈동자를 지닌 20대의 활기찬 젊음을 닮았네요. 야생화와 이름 모를 풀들이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 녹색이 짙어지는 5월은 벌써 한낮의 태양이 더위를 느끼게 합니다. 드디어 시원하게 칠링해 벌컥벌컥 마시는 소비뇽블랑의 계절이 돌아왔네요. 5월 닮은 소비뇽블랑 만나러 뉴질랜드 와인페스티벌로 달려갑니다.

 

동원와인 수입 그로브밀 말보로 소비뇽블랑. 인스타그램

◆2주동안 펼쳐지는 뉴질랜드 와인페스티벌

 

5월은 소비뇽블랑이 더욱 맛있어지는 계절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서울과 부산에서 두차례 뉴질랜드 와인페스벌이 열리는 덕분입니다. 주한뉴질랜드상공회의소(The Kiwi Chamber)가 프리미엄 와인 80여종을 선보이는 뉴질랜드 와인페스티벌 서울 행사는 5월 4일 토요일 오후 4~8시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워터풀 가든과 풀사이드에서, 부산 행사는 5월 18일 토요일 오후 6~10시 광안대교와 부산 마리나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열립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뉴질랜드 와인페스티벌 올해의 테마는 ‘키아 오라, 아와테아로아(Kia Ora, Aotearoa) 헬로우 뉴질랜드’입니다. 마오리 언어로 ‘키아 오라’는 따뜻한 환영과 감사의 뜻을 담은 인사말이고 ‘아와테아로아’는 마오리 언어로 ‘긴 흰 구름의 땅’이란 뜻입니다. 초기 폴리네시아 항해자들이 뉴질랜드를 발견했을 때 처음 봤던 긴 흰 구름 형태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뉴질랜드를 부르는 또 다른 공식 명칭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독특한 문화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노운 수입 아스트로라베 케키렝구 코스트 소비뇽블랑. 인스타그램

올해는 수입사 18곳이 참여해 뉴질랜드 대표 품종인 소비뇽블랑 뿐 아니라 샤르도네, 리슬링과 요즘 뉴질랜의 라이징 스타 레드품종 피노누아까지 80여종의 다채로운 와인들을 선보입니다. 참여 수입사는 비노킴즈, 서울와인앤스피릿, 아영, 신동와인, 와이넬, 동원와인플러스, 비노에이치, 인디펜던트 리커 코리아, 언노운, 뱅가드와인머천트, 루벵코리아, 와인투유코리아, 아나브린, 위메드, 코마와인, 월쉬, 레드와인&JY, 어니스트입니다. 특히 뉴질랜드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도 마련됩니다. 서울 행사에서는 야외 바비큐 스타일의 뷔페, 부산에서는 시그니처 뷔페가 마련됩니다. 두 행사 모두 다양한 뉴질랜드 치즈와 샤퀴테리를 비롯해 와인과 어울리도록 엄선된 신선한 과일과 디저트도 맛볼 수 있습니다.

 

루벵코리아 수입 그레이왁 소비뇽블랑, 리슬링. 인스타그램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조 시킬 마오리 정통 하카 공연과 라이브 DJ 뮤직, 포토존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호텔 패키지, 항공권 등이 제공되는 경품행사도 진행됩다. 토니 가렛(Tony Garrett) 주한뉴질랜드상공회의소 회장은 뉴질랜드 와인과 와인 페스티벌이 매년 한국 소비자들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올해 행사도 많은 소비자들이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올해 축제도 뉴질랜드 최고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다양한 프리미엄 와인을 시음할 수 있어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찾아 즐거운 뉴질랜드 나들이를 즐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입장권은 키위 챔버 회원 15만원, 비회원 17만원(현장 결제 18만원), 8인 이상 단체는 1인당 15만원입니다.

 

투 리버즈 와인들. 인스타그램

◆말보로 영혼을 담은 투 리버즈

 

수입사 비노킴즈는 ‘말보로 영혼을 담은’ 투 리버즈(Two Rivers) 와인들을 선보입니다.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말보로(Marlborough)는 소비뇽블랑의 메카입니다. 이 곳에는 크게 두 개의 밸리, 와이라우(Wairau)와 아와테레(Awatere) 밸리가 있고 두 밸리에 말보로의 독특한 떼루를 만드는 두 개의 강, 와이라우 강과 아와테레 강이 흐릅니다. 투 리버즈는 바로 이 두 개의 강을 뜻해 말보로의 영혼을 와이너리 이름에 잘 담았습니다. 이런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습니다. 와이너리를 세운 데이비드 클로우스톤(David Clouston)은 말 그대로 말보로 토박이랍니다. 아와테레 밸리에서 자라 와이라우 밸리에 와이너리를 설립했으니 누구보다도 고향 땅을 손바닥 눈금 보듯이 훤히 꿰뚫고 있답니다. 데이비드는 22년 동안 뉴질랜드, 미국, 호주, 프랑스, 스페인, 칠레등 전세계 25개 산지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내공을 닦은 뒤 2004년 고향으로 돌아와 투 리버즈를 설립합니다.

 

투 리버즈 오너·와인메이커 데이비드 클로우스톤. 홈페이지
데이비드 클로우스톤. 홈페이지

그의 양조 철학은 간단합니다. ‘말보로 포도의 순수함을 기본으로 우아함과 구조감을 더한 와인’ 입니다. 말보로 포도의 강렬한 과일 향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떼루아를 잘 담은 우아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포도밭은 서던 밸리(Southern Valleys)의 세부산지 브루크비 힐 빈야드(Brookby Hill Vineyard)으로 토양은 주로 점토가 많습니다. 2020년엔 뉴질랜의 유기농 인증인 비오 그로(Bio Gro)를 받았을 정도로 포도밭에서 합성 화학 비료, 살충제, 제초제를 철저하게 배제합니다. 풍부한 경험을 살려 다양한 양조 기법을 총동원합니다. 천연 효모를 사용하고 콘크리트 에그 탱크, 대형 오크통, 프랑스 오크 배럴, 클레이로 빚은 항아리인 암포라(amphora) 등을 숙성에 활용하고 와인의 복합미와 구조감을 잘 유지하기 위해 필터링도 하지 않는답니다.

 

앙포라와 콘크리트 에그 탱크. 인스타그램
투 리버즈 소비뇽블랑 컨버전스. 인스타그램

투 리버즈 소비뇽블랑 컨버전스(Convergence)는 키위, 레드 피망, 패션 프루트, 구스베리 풍미가 넘쳐납니다. 입안에서는 강렬한 농축미가 느껴지고 산도는 살짝 침이 고일 정도로 잘 받쳐줘 밸런스가 좋습니다. 우아한 미네랄 풍미와 구조감도 뛰어납니다. 부드럽게 압착한 포도즙을 저온 발효한 뒤 3개월동안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해 구조감과 복합미를 더했습니다.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이름은 와이라우(Wairau)와 아와테레(Awatere) 계곡의 포도밭 풍미가 어우러졌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투 리버즈 클로 데 피에르 샤도네이. 인스타그램

투 리버즈 클로 데 피에르 샤도네이(Clos des Pierres Chardonnay)는 레몬, 살구, 복숭아향으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 구운 아몬드, 헤이즐넛향과 성냥을 그을 때 나는 부싯돌향의 미네랄이 따라 옵니다. 이는 자갈이 많은 토양으로 미네랄 함량이 높은 스프링 빈야드(Spring Vineyards)에서 자란 포도 덕분입니다. 특히 26년된 올드바인의 포도를 손 수확해 포도송이째 가볍게 압착하고 천연 효모로 발효해 복합미를 높였습니다. 4500리터 대형 프렌치 오크 배럴과 콘크리트 에그 탱크에서도 8개월 동안 숙성하고 청징과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아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투 리버즈 포도밭. 인스타그램
투 리버즈 아일 오브 뷰티 로제. 인스타그램

투 리버즈 아일 오브 뷰티 로제(Isle of Beauty Rose) 데이비드 클로우스톤이 3년을 지낸 프랑스 코카서스 섬의 기억을 녹여낸 피노누아 100% 지중해 스타일의 매혹적인 로제 와인입니다. 지중해 스타일의 와인답게 짭짤한 맛이 특징인데, 특히 히말라야 소금처럼 톡톡 쏘는 맛이 느껴집니다. 야생 딸기와 타임의 허브향이 은은하게 느껴지고 오렌지, 화이트 피치, 자몽, 블랙커런트의 강렬한 풍미도 살짝 더해집니다. 그린 페퍼 등 이국적인 스파이스와 크랜베리, 허니듀 멜론도 어우러집니다. 화이트 와인과 같은 양조 방식으로 저온 발효 과정을 거쳐 약 10주간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와 콘크리트 뱃에서 숙성시킨 뒤 블렌딩해 풍부한 복합미와 미네랄을 더했습니다. 데이비드 클로우스톤은 유럽에서 와인메이커로 일하던 시절 3년 반동안 머물며 로제 와인에 대한 열정을 키웠는데 바로 프랑스의 아름다운 지중해 섬 코르시카랍니다. 이를 추억하며 ‘아름다움의 섬 (Isle of Beauty)’으로 와인 이름을 지었습니다.

 

투 리버스 트리뷰터리 피노누아. 인스타그램

투 리버스 트리뷰터리 피노누아(Tributary Pinot Noir)는 잘 익은 검은 자두로 시작해 체리향이 은은하게 따라오고 장미꽃잎, 스파이시한 허브향에 이어 초콜릿과 향수로 쓰이는 매혹적인 샌들우드(백단향)도 어우러집니다. 숲속 바닥의 흙냄새, 담배 등 3차 숙성 풍미도 잘 표현되고 입안에서는 짭짤한 미네랄도 느껴집니다. 송이째 발효한 포도즙을 20% 섞어 복합미와 구조감을 더했고 프렌치 오크 배럴(새오크 25%)에서 11개월간 숙성합니다. 청징과 여과를 거치지 않습니다.

 

누알라 레이블 암모나이트. 홈페이지
누알라 레이블 암모나이트. 홈페이지

◆프랑스 ‘손맛’으로 만든 누알라

 

말보로 토박이가 만드는 투 리버즈와 달리 수입사 서울와인앤스피릿이 선보이는 누알라 와인즈(Nuala Wines)는 프랑스 기업인들이 2010년 뉴질랜드 말보르에 설립한 와이너리로 프랑스 ‘손맛’이 담겼습니다. 따라서 투 리버즈 와인과 누알라 와인의 스타일을 비교해서 시음하는 것도 큰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뉴질랜드가 워낙 소비뇽블랑을 많이 생산하다보니 소비뇽블랑의 종주국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프랑스가 고향입니다. 17세기 프랑스 기록에 소비뇽블랑이 처음 등장하며, 유전적 분석 결과 루아르 계곡이 원산지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상세르(Sancerre)와 푸이 퓌메(Pouilly-Fume)는 빼어난 소비뇽블랑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실렉스(Silex) 또는 플린트(Flint)로 불리는 토양때문에 젖은 돌, 부싯돌 느낌의 강렬하고 스모키한 미네랄이 느껴집니다.

 

누알라 와인메이커 폴 마르퉁. 홈페이지

누알라 와인의 레이블에는 암모나이트 그림이 그려져 있답니다. 석회질이 풍부한 토양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죠. 암모나이트 화석이 발견되는 토양은 석회질이 풍부하며 와인에 우아한 미네랄을 부여합니다. 프랑스 기업가들답게 처음부터 미식과 잘 어울리는 고품질의 와인으로 만든 점이 돋보입니다. 뉴질랜드 떼루아가 만들어낸 자연의 신선함과 경쾌한 산미에 프랑스적인 손맛이 더해진 셈입니다. 와인메이커 폴 마르퉁(Paul Martung)은 프랑스 와인의 심장 보르도 메독(Medoc) 중심부에 위치한 가족경영와이너리 샤토 바레이르(Chateau Barreyre) 출신으로 어릴때부터 와인 양조 기술을 배웠습니다. 유럽의 권위있는 와인 생산지에서 경험을 쌓은 폴은 호주로 가서 뉴월드의 뛰어난 피노누아와 리슬링을 만들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누알라 명성을 만들고 있습니다.

 

누알라 소비뇽블랑. 홈페이지

누알라 소비뇽블랑은 신선한 라임, 구즈베리, 자몽, 멜론, 파인애플 껍질, 패션 푸르트의 과일향과 들꽃향에 화이트 스파이스의 뉘앙스가 어우러지며 미네랄와 산뜻한 산도가 더해집니다. 누알라는 마오리어로 깨끗함과 순수함을 뜻하는데 와이너리 이름처럼 포도 품종과 석회질이 풍부한 테루아를 잘 담았습니다. 가벼운 해산물, 샐러드, 오징어 튀김, 조개, 매콤한 음식, 고트 치즈, 페타 치즈와 어울립니다. 프리런 주스와 압착한 주스를 따로 분리해 발효하고 장시간 저온 침용을 통해 과일향을 최대한 뽑아냅니다. 과일향에 집중하기 위해 말로라틱(젖산발효)은 하지 않으며 대신 풍성한 구조감과 복합미를 더하기 위해 효모 앙금과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를 진행합니다. 청징은 하지 않고 병입전 가볍게 여과만 합니다.

 

누알라 리슬링. 홈페이지

누알라는 요즘 프리미엄 피노누아 생산지로 핫한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에서 생산된 리슬링도 선보입니다. 라임, 구즈베리, 청사과, 자몽, 감귤류의 아로마로 시작해 자스민, 인동초로 이어지고 감귤 껍질 같은 뒷맛도 올라옵니다. 특히 강렬한 부싯돌이 잘 구현됩니다. 센트럴 오타고의 서늘한 기후와 돌이 많은 토양에서부터 비롯된 풍부한 미네랄을 느낄 수 있고 섬세하면서 균형 잡힌 구조감이 돋보입니다. 인도 등 아시아의 강한 향신료 요리나 샐러드, 가벼운 해산물 요리, 매콤한 오리와 닭고기 요리를 추천합니다. 누알라 최초의 오가닉 인증 와인입니다.

 

누알라 피노누아. 홈페이지

누알라 피노누아는 레드체리, 레드커런트로 시작해 다크체리향도 올라오고 다양한 허브와 장미향, 과일 케이크, 살짝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어우러집니다. 샤퀴트리, 구운 소시지, 바비큐, 치킨, 올리브를 곁들인 오리 요리, 직화 스테이크, 버섯 리조또와 잘 어울립니다. 클론별로 수확한 포도를 나누어 발효하고 프랑스 오크배럴에서 숙성한 뒤 블렌딩합니다. 복합미를 높이기 위해 필터링을 하지 않습니다.

 

뉴질랜드 와인 산업 현황 2022년 기준. 뉴질랜드와인협회

◆빠르게 성장하는 뉴질랜드 와인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뉴질랜드는 신대륙 와인 생산국중 가장 늦게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곳이랍니다. 하지만 1980년대 수출을 시작했음에도 불과 30여년만에 세계 10대 와인 수출국에 진입했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1960년대 와인 재배면적이 120만평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에 1700만평까지 확장되면서 20년동안 14배나 증가했습니다.

 

한국에 수입된 뉴질랜드 와인은 2023년 금액기준 1630만달러로 시장점유율 7위를 기록했습니다. 뉴질랜드 와인은 2021년 판매량이 131%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유례없는 성장세를 거뒀습니다. 다른 수출국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2023년에도 6%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한국시장 화이트 와인 점유율은 프랑스에 이어 뉴질랜드가 2위이며 2023년 한국에서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은 1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이 국내에서 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뉴질랜드 주요 와인산지. 뉴질랜드와인협회

◆뉴질랜드 와인산지 기후

 

뉴질랜드는 호주보다 더 남쪽으로 전세계에서 남극과 가장 가까운 와인산지입니다. 온난한 기후와 서늘한 기후가 모두 공존하는데 주요 와인 산지는 서늘한 곳에 있습니다. 와인이 생산 시작한 곳은 북섬 입니다.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된 대도시에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포도를 키워 보니 너무 덥고 비가 많이 와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오클랜드에서 시작됐지만 기스본으로 이동했고 다시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갑니다. 유명산지는 다 동쪽 산지로 비가 덜 오는 지역입니다. 산이 서쪽에서 오는 비구름 막아 주기 때문이죠. 보쥬산맥이 ‘비그늘 효과’를 제공하는 프랑스 알자스와 비슷한 해양성 기후입니다. 긴 일조량, 낮과 밤의 큰 일교차, 긴 생장기간 덕분에 강렬한 풍미와 높은 산도의 소비뇽블랑을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신동와인 수입 빌라 마리아 소비뇽블랑. 최현태 기자
소비뇽블랑. 뉴질랜드와인협회

◆뉴질랜드 와인 품종과 대표 산지

 

2022년 기준 뉴질랜드는 화이트 품종 재배면적은 3만3752ha. 레드 품종은 재배면적은 7851ha로 화이트 품종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과거 소비뇽블랑이 90%에 달했지만 2022년 현재 64% 줄었습니다. 그래도 화이트 품종에선 소비뇽블랑이 79%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소비뇽블랑의 57%가 말보로(Marlborough)에서 생산됩니다. 소비뇽블랑이 줄어든 대신 피노누아 생산량이 크게 늘어 2022년 현재 14%를 차지합니다. 또 샤도네이, 피노그리도 생산량이 늘고 있습니다.

 

소비뇽블랑 주요 재배 지역과 규모. 뉴질랜드와인협회

소비뇽블랑은 풀냄새, 레몬 , 라임, 구즈베리, 엘더베리향이 특징이며 조금 더 익으면 패션푸루트 느낌도 더해집니다. 피망, 아스파라거스 등 포도 자체가 풋풋한 아로마와 강렬한 산도를 지녀 와인메이커가 이것저것 손을 댈 필요가 없습니다.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고 사과산을 젖산으로 바꾸는 말로라틱 퍼먼테이션, 효모 앙금과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 오크 숙성을 거의 안합니다.

 

소비뇽블랑 대표 산지인 말보로는 서늘한 해양성 기후에 일조량이 좋아 풍부한 풍미를 지닌 소비뇽블랑이 나옵니다. 말보로에서도 와이라우 밸리(Wairau Valley)가 핵심 산지입니다. 아와테레 밸리(Awatere Valley)는 훨씬 남쪽이라 더 서늘하고 추운 곳이며 피망 맛을 살린 느낌으로 차별화합니다.

 

말보로 포도밭. 뉴질랜드와인협회

◆낙농업 기술 접목한 소비뇽블랑

 

뉴질랜드 와인이 우리나라에 수입된 것은 불과 2000년대 후반입니다. 그럼에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마케팅 전략과 가성비 덕분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와인 하나만 밀자는 전략을 내세웠는데 바로 막 깎은 잔디향이 강렬한 화이트 품종 소비뇽블랑입니다. 굉장히 깔끔하고 산도가 높으며 향이 강렬한 품종으로 요즘 없어서 못 팔정도로 20∼30대 젊은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와인을 잘 몰라도 직관적으로 향을 느낄 수 있고 싱그러운 풀향이 젊은 세대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코마 와인 수입 러브블록 티 소비뇽블랑. 인스타그램

뉴질랜드는 와인 양조 역사는 짧지만 뉴질랜드 산업을 대표하는 낙농업 기술이 와인 양조에 큰 기여를 합니다. 소비뇽블랑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탱크, 온도조절, 무산소 양조가 핵심으로 이것만 잘하면 깨끗하고 맑고 순수한 느낌의 맛있는 소비뇽블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기술을 뉴질랜드 기간산업인 낙농업에서 끌어옵니다. 신선한 우유를 짤 때도 이 세가지가 매우 중요해 이미 양조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죠. 이런 낙농기술을 그대로 와인에 적용할때 가장 잘 맞은 품종이 바로 소비뇽블랑입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전세계 사람에게 각인된 와인이 탄생합니다. 스크류캡 도입도 큰 몫을 합니다. 호주가 먼저 시작했지만 뉴질랜드가 훨씬 빠른 속도로 도입합니다. 또 친환경 유기농 재배도 건강한 뉴질랜드 와인을 알리는데 큰 효과를 봅니다.

 

코마 와인 수입 러브블록 센트럴 오타고 피노누아. 인스타그램

◆뉴질랜드 라이징 스타 피노누아

 

피노누아는 뉴질랜드의 라이징 스타 품종으로 부르고뉴와 가장 흡사한 피노누아로 꼽힐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마틴보로에서 가장 먼저 피노누아를 재배했고 웰링턴에서 재력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부띠끄 스타일로 소규모로 만들면서 성공합니다. 로마네꽁띠에서 클론을 몰래 가져와 재배한 아타 랑기(Ata Rangi)가 유명합니다. 말보로도 마틴보로의 성공을 보고 차츰 피노누아 생산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주로 소비뇽블랑을 대량으로 만들던 대기업들이 피노누아를 생산해 현재는 말보로가 소비뇽블랑 뿐아니라 최대 피노누아 생산지가 됐습니다.

 

인디펜던트리커코리아 수입 아카루아 센트럴 오타고 피노누아 사이렌. 인스타그램

센트럴 오타고는 요즘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을 정도로 최고 품질의 피노누아 생산지 높은 인기를 누립니다. 영국의 잰시스 로빈슨 등 평론가들 공통적으로 부르고뉴 느낌이 확실하게 난다고 평가합니다. 가성비도 뛰어나고 숲속 젖은 흙, 가죽, 담배 등 3차 숙성풍미가 빨리 드러납니다. 부르고뉴 피노누아 3차 풍미는 적어도 10∼ 20년 지나야하지만 뉴질랜드 피노누아는 5년만 있어도 3차 풍미가 느껴져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피노누아는 서늘한 기후, 대륙성 기후, 일교차와 계절차가 크게 나는 기후에서 최고의 포도가 생산되는데 센트럴 오타고가 바로 이런 기후입니다. 뉴질랜드 와인 산지중 가장 남쪽이라 가장 서늘한 기후를 띠며 부르고뉴 꼬뜨도르, 미국 오리건 윌라맷밸리등 유명한 피노누아 산지와 기후가 비슷합니다.

 

혹스베이 생산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는 혹스베이가 유명합니다. 북섬의 산지라 날씨가 비교적 따뜻하고 토양에 카베르네 소비뇽이 좋아하는 자갈들이 잘 섞여 있습니다. 메를로를 좀 더 많이 재배하며 보르도 블렌딩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샤르도네와 피노그리는 기즈번이 대표 생산지입니다. 소비뇽블랑을 키우기에 기즈번은 날씨가 너무 따뜻해 대안으로 피노그리를 재배합니다. 포도는 햇살을 충분히 받으면서 늦도록 익힐수 있어 리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향이 나는 풀바디 화이트 와인을 만들수 있습니다. 요즘은 말보로에서도 피노그리를 생산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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