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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장고 끝에 서유럽 택했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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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1 10:48:43 수정 : 2024-05-01 16: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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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되려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널리 알려져 있다. 1949년 창립 당시 나토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북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북미 및 서유럽 12개국의 연합체였다. 모두 기독교 문명권에 속한 그들에게 이슬람 국가 튀르키예는 낯선 존재였다. 그래도 튀르키예는 절실했다. 인접한 공산주의 소련(현 러시아)이 가하는 안보 위협에 맞서려면 어떻게든 나토에 들어가 대소(對蘇) 군사동맹의 일원이 되어야 했다. 1950년 한국에서 6·25전쟁이 터졌을 때 튀르키예가 유엔의 파병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한 것은 미국 등 나토 주요국들의 마음을 붙들기 위해서였다.

튀르키예 육군의 행진 모습. 징병제 국가인 튀르키예 군대는 병력 규모로 따져 나토 회원국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SNS 캡처

전쟁 기간 연인원 2만1000여명의 튀르키예 젊은이가 신생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다. 파병 규모로 따져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은 4위다. 그중 1000명 넘는 장병이 장렬히 전사했다. 튀르키예를 바라보는 서방의 시선은 달라졌다. 6·25전쟁을 거치며 튀르키예 군대의 용기와 실력을 직접 확인한 미국 등은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튀르키예를 나토로 끌어들일 필요성을 절감했다. 결국 1952년 나토는 튀르키예와 이웃나라 그리스를 나란히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오늘날 튀르키예는 나토 동맹국 중 유일한 이슬람 국가로 나토 역내에서 미국 다음의 병력 규모를 자랑한다.

 

나토 가입을 통해 안보를 보장받은 튀르키예는 경제 발전을 위해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도 얻고 싶어한다. 하지만 EU를 주도하는 양대 거두 독일·프랑스의 반대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EU 회원국, 특히 서유럽 국가들은 튀르키예가 과연 ‘유럽’의 일부가 맞는지 그 정체성에 의구심을 표한다. 이에 튀르키예는 나토 안에서 ‘이단아’처럼 구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을 펴고 있다. 나토의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이용해 2022년부터 2년 가까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다가 올해 1월에야 태도를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그 과정에서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지원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나토를 이끄는 미국도 자국산 F-16 전투기의 튀르키예 수출이란 당근을 내놓으며 튀르키예를 달래야 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왼쪽)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은 지난 4월 26일 튀르키예를 방문한 뤼터 총리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현재 나토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오는 10월 물러나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후임자를 뽑는 것이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일각에선 ‘그간 서유럽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튀르키예가 이번에도 어깃장을 놓을 것’이란 관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의외의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네덜란드 매체들 보도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뤼터 총리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차기 나토 사무총장 선출은 뤼터 총리와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두 사람이 경합하는 모양새였는데, 이로써 뤼터 총리의 ‘대세론’이 굳어지게 됐다. 뤼터 총리에 반대하는 나토 회원국은 이제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3개국만 남았다. 튀르키예의 결단이 이들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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