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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세 우크라 노파, 나홀로 10㎞ 걸어 러 점령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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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1 10:58:34 수정 : 2024-05-01 10: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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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신고 지팡이 의지한 채 천신만고 끝 가족 재회

98세의 우크라이나 여성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홀로 6마일(약 10㎞)을 걸어 러시아 점령지에서 탈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탈출 과정에서 헤어진 가족과도 무사히 재회할 수 있었다.

우크라 최전방 마을 오체리틴에서 약 10㎞를 걸어 탈출에 성공한 98세 할머니. AP연합뉴스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 할머니는 지난주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전투가 격화되자 가족과 함께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동부의 최전방 마을인 오체레티네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할머니는 도네츠크 경찰이 게시한 영상 인터뷰에서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잠에서 깼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출발 당시 혼란 속에서 그는 아들과 두 며느리 등 가족과 헤어지게 됐다. 젊은 가족들은 우회로를, 자신은 주도로를 탈출로로 택했다. 가족 중에는 며칠 전 파편에 맞아 다친 이도 있었다.

한 손에 지팡이를, 다른 한 손엔 나무 조각을 들고서 몸을 지탱한 할머니는 음식과 물 없이 하루 종일 걸어 탈출에 성공했다.

피난 과정은 험난했다. 두 번이나 넘어져 쉬어야 했고, 한번은 잠을 자고서야 걸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번은 균형을 잃고 잡초 속으로 넘어졌는데 잠이 들었고 잠시 후 계속 걸었다. 그리고서 다시 넘어졌다"며 "하지만 일어나서 조금씩 조금씩 계속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홀로 길을 걷던 할머니는 저녁에야 우크라이나 군인들에 의해 발견됐다.

군인들은 최전방 지역 시민을 대피시키는 경찰 부대 '화이트 앤젤스'에 할머니를 인계했으며, 화이트 앤젤스는 할머니를 피난민 대피소로 데려간 뒤 가족들에게 연락했다고 파블로 디아첸코 경찰 대변인이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살아남았다는 로미코우스카는 "나도 이 전쟁을 겪고 있으며,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번 전쟁은 그때(제2차 세계대전)와 다르다. 불에 탄 집이 한 채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모든 게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한 할머니는 뜻하지 않은 행운도 잡게 됐다.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 은행 중 하나인 모노뱅크의 올레 호로코우스키 최고 경영자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에서 로미코우스카 할머니에게 집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호로코우스키 최고 경영자는 "모노뱅크는 로미코우스카 할머니에게 집을 사줄 것이며, 그녀는 이 가증스러운 것(러시아)이 우리 땅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집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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