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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손해보험, 저출산·고령화시대 사회 안전망으로 역할 할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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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1 06:00:00 수정 : 2024-04-30 19: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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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실손보험 개선 계기 삼아야
비급여 진료 관리로 국민부담 줄여야
도수치료·체외충격파 등 제외 검토

시니어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임신·출산 의료비 신규 보장 방안 추진

밸류체인 전반 AI·디지털 기술 도입
금융권 공동 AI 협의체도 신설·운영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보험의 역할은 중요해집니다. 특히 손해보험의 경우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새롭게 보장이 필요한 영역이 생겨나면서 더욱 그러합니다. 급격한 인구고령화 시대를 맞아 손해보험업계는 사적 사회안전망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 삶에 더욱 밀접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나갈 것입니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이 지난 4월 24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보험업계의 역할을 증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지난달 3일 취임 100일을 맞은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인구고령화·저출생 시대에 손해보험의 책임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5일 출범한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실손보험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보고 개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자기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를 보상해 주는 보험상품이다. 인기과에서 급여 치료를 하면서 도수치료(비급여)를 함께 권하는 식의 혼합진료를 통해 비급여 과잉진료가 늘어나면서 전체 보험료가 상승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협회장은 “의료개혁은 결국 필수의료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료업계도 건실하게 하고 의료보장도 제대로 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건강보장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손보험도 국민건강보장과 의료부담 경감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의료개혁 일환으로 실손보험과 관련된 문제점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필수의료에 문제가 생기고 의사들이 상급 종합병원을 떠나는 게 실손보험 비급여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결국 실손보험의 비급여 진료가 적절히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 궁극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도 기여할 수 있다”며 “실손보험의 과잉 의료 등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문제가 있는데 이번 의료개혁을 통해 국민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보험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 방안을 모색 중인 이 협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료수가(의료서비스가격)를 높이는 것과 실손보험이 상관관계가 있나.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것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이다. 비급여쪽의 소비자 부담을 실손보험에서 커버해 주는 건데, 이쪽의 실손보험 보험료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비급여의 가격이나 진료량, 방법, 기간 제한 등 비급여에 대한 통제가 없다. 그런 게 적절히 관리돼야 하는데 같은 진료행위가 병원마다 천차만별로 금액이 차이가 난다. 이런 건 굉장히 불합리하다. 일부이겠지만 오남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히 관리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생각이다.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발표할 때 실손보험 비급여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겠지만 보건당국도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도수치료, 비급여주사료, MRI 등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이 같은 실손보험금 누수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 의료항목에 대한 관리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만으로 연간 2조1000억원의 실손보험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실손보험금의 약 18%를 차지하여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보장 제외와 더불어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통원 1일당 보장금액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아울러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 대책과 보조를 맞추어 비급여 항목의 명칭·코드 표준화, 비급여 상병별 총진료비 공개와 같은 비급여 관리 강화 대책도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저출생·고령화의 인구 절벽 상황을 앞두고 손보업계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손해보험업계는 저출생 해소를 위해 임신·출산 관련 급여 의료비를 실손보험에서 신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서울시와 함께 난자동결 시술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일부 보험사에서 고령자가 운전을 중단하고 그 자녀만 운전할 경우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특약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운전면허 자진반납 시 교통비 지원 등 고령자 운전 관련 제도 개선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해당 특약상품이 활성화되도록 손보업계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보험업계가 시니어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데이터 확보 및 요양사업 진입 허들 완화를 위한 규제개선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은 필요하다.”

 

―최근 금융업계에서 AI를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AI는 얼마나 활용되고 있나.

“현재 보험업계에서는 챗봇, 맞춤형 상품추천, 이상거래탐지(FDS) 등 AI에 기반을 둔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거나 회사 내부에서 활용 중이다. 나아가 AI 활용을 고도화하기 위해 금융업권 공동 빅데이터 구축,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언어모델)의 폭넓은 활용을 위한 망분리 규제 완화 등이 현실화되어야 한다. 이에 협회는 금융당국, 유관기관, 타 금융권 등과 공조하여 AI 활용 활성화 관련 협의체에 참여,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건의할 예정이다.”

―연초 출범한 보험 비교 플랫폼이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은행 대출 비교 플랫폼과 달리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용 시점에 조건이 없는 은행 대출 비교 플랫폼과 달리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자동차보험 만기일이 도래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등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의무적으로 매년 갱신해야 하는 자동차보험 특성과 보험 비교·추천서비스 인지도 상승 등에 따라 소비자 이용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자동차보험 외 반려동물보험 등의 비교·추천과 관련해 현재 손해보험사와 핀테크사 간에 실무적인 협의가 진행 중이며, 반려동물보험과 함께 향후 해외여행자보험 등 준비 중인 상품도 출시된다면 서비스의 인지도와 이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생명보험사가 건강보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손보사들도 장기보험 판매를 확대하는 등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출혈경쟁이나 치킨게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제3보험 겸영이 허용된 2003년부터 손해보험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 상품 개발·판매에 주력해 왔다. 이처럼 장기간 제3보험을 적극 취급해 온 결과, 손해보험은 다양한 보장범위에 대한 풍부한 경험통계를 축적하며 요율 경쟁력을 키워올 수 있었다. 최근 생명보험업권의 제3보험 활성화 추진이 양 업권 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큰 편익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과열경쟁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점은 경계할 부분이다. 손해보험업권은 현재 가지고 있는 요율·담보 측면에서의 경쟁우위를 토대로 적극적인 신상품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경쟁상황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2024.4.25 남제현 선임기자


―지난해 손보사들은 8조원 넘은 순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보험사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는데 올해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나.

“지난해를 돌아보면 장기, 자동차, 일반보험 등의 판매증가에 따른 수입보험료 증가뿐만 아니라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손익변동 영향이 있었던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올해에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금리·환율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등 투자 손익의 변동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회계제도의 변화와 이에 대응한 적극적인 영업전략 등에 힘입어 순이익 증가가 나타났지만 신계약 마진 확보를 위한 보험회사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어,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한편 디지털 혁신 등을 통해 새로운 산업 발전 기회를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손보업권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현재 손해보험 7개사가 16개국에서 57개 해외점포를 활발히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동남아시아(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의 현지 합작법인 또는 지분투자 방식의 추가 진출을 검토 중이다. 향후 중국, 일본, 영국 등 협회 간 교류를 활성화하여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필요시 손보사들의 진출 관심 국가 등과 신규 MOU(양해각서) 체결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1964년 충남 서산 출생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사,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제32회 행정고시 합격 ●금융위원회 대변인,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금융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 ●손해보험협회장(2023년 12월∼)


대담=황계식 경제부장, 정리=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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