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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에 코로나19 이전 수준 돌아간 연체율 [한강로 경제브리핑]

입력 : 2024-04-29 07:00:00 수정 : 2024-04-28 17: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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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저금리와 정부의 지원으로 급증했던 대출 청구서가 3고라는 악재와 함께 돌아온 것이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금리가 더 높은 카드론, 보험대출로 발길을 돌렸고 이는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은행은 가계대출을 조이는 대신 기업대출을 잔뜩 늘렸는데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까지 점점 밀리면서 연체율 상승은 금융권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권, 줄줄이 치솟는 연체율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30%에서 올해 1분기 말 0.35%로 뛰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0.34%에서 0.41%로, 대기업은 0.03%에서 0.07%로 연체율이 올랐다.

 

산업별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건설업 연체율의 상승률이 유독 높았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건설업 연체율은 0.78%로, 전년 동기(0.37%)의 2배 이상 뛰었다. 이 중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건설업 연체율이 1%를 넘어섰다.

 

은행들은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실 채권을 대거 상각 또는 매각하고 있지만, 부실 채권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국내 금융기관 기업 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 약 1900조원까지 불어난데다가,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높아진 탓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위기별·산업별 비교 분석을 통한 국내 기업부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1 미만으로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57.4%에 달한다. 이는 외환위기 고점(67.8%)보다는 낮지만 금융위기 고점(34.1%)보다 높은 수치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업부문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31%에서 0.33%로 확대됐다.

 

‘서민들의 급전’이자 ‘불황형 대출’이라 불리는 보험약관대출과 카드론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1조원으로 전년 말(68조원)보다 3조원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주요 8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도 36조541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카드론 잔액과 함께 연체율도 급증해 신한카드의 1분기말 연체율은 1.56%로 2015년 9월(1.68%) 이후 9년여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나·우리·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회복, 개인회생 등을 신청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회수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6.55%로 전년 말(3.41%) 대비 3.14%포인트 상승해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5.8%포인트 상승)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올해 1분기 말 연체율도 7∼8%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이 과거 공격적으로 나섰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5일 KB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4개사의 장기 신용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금감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에 다음달 3일까지 부실채권의 수시상각 신청을 받는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실채권을 정리해 건전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부동산시장 등 내수시장 침체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리스크 평가 지표들의 추가 악화 여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올해 경제성장률 깜짝 성장 전망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국내외 투자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도 올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1분기 경제성장률 상승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예상을 웃돌았던 내수경기 회복세였는데,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연 연례회의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2.1%에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제러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이 자리에서 “전망 조정은 분기별 한 차례 이뤄지고 있어 6월 글로벌 경제 전망을 내놓으며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최근 해외 투자업계에선 반도체 수출 호조세 등을 근거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여기에 1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기 대비 기준 당초 시장 예상(0.6%)을 훨씬 뛰어넘는 1.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눈높이를 높이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25∼26일 국내 10개 증권사(한국투자·SK·KB·하나·메리츠·유진투자·상상인·삼성·하이투자·신한투자) 리서치센터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4%로 집계됐다.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직전 전망치(평균 2.1%)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정부 내에서도 연간 성장률 전망치(2.2%)를 상당폭 높인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에서도 다양한 예상 경로를 고려한 결과 2.5%를 웃돌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전언이다. 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까지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다. 극단적으로 올해 남은 2~4분기 모두 전기 대비 ‘제로 성장’이 이어지는 시나리오에서도 연간 성장률은 2.3% 정도로 추정된다.

사진=연합뉴스

기재부는 내달 하순으로 예정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깜짝’ 성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남은 3분기는 전기 대비 평균 보합 수준 성장세를 예상한다”며 “1분기의 ‘깜짝 성장’ 이면에는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에 따른 내부 반등 효과가 커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밝힌 1분기 신속집행 추진 현황에 따르면 신속집행 관리대상사업 561조8000억원 중 38%가 집행됐었다.

 

지난해 4분기까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성장이 계속 악화됐던 점이 기저효과로 작용, 1분기 깜짝 내수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유진투자증권도 “고금리와 고용상황을 감안하면 소비 회복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며, (2.7% 증가한) 1분기 건설투자도 일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건설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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