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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3A.M.] 기업가 테일러 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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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8 18:19:16 수정 : 2024-04-18 18: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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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 개혁
가수의 권리 위해 투쟁 ‘산업의 룰’ 바꿔

테일러 스위프트는 가수다. 싱어송라이터는 그가 자신을 정의하는 핵심이다. 12살에 첫 곡을 썼고, 지금까지 발표한 11개 앨범의 모든 곡을 직접 썼거나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스위프트는 지난 2일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개인 패션 브랜드를 내놓은 게 아니라 오로지 곡을 쓰고, 노래하고, 공연해서 억만장자가 된 유일한 가수다.

그런데 스위프트는 뛰어난 기업가, 창업가, 전략가이기도 하다. 현대 음악산업의 구조와 핵심을 꿰뚫고 팬덤 이코노미를 일찌감치 내다보며 구축했다. 커뮤니케이션, 브랜딩, 마케팅에도 밝다. 아티스트의 권리를 쟁취하는 캠페인으로 룰을 바꿔 버렸다.

어릴 때 컨트리 음악에 빠진 스위프트는 11살 컨트리 음악의 성지인 내슈빌로 가 모든 음반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작곡과 커버곡을 담은 CD를 돌렸다. 모두 거절당하자 기타를 배우고 작곡을 공부했다. 15살에 첫 음반계약을 맺고 이듬해 데뷔앨범이 나오자 신곡의 방송 시간을 얻으려 전국 200개 라디오 방송국을 돌았다. 신곡 가사에 방송국 이름을 넣어 불러 심드렁해하는 PD의 관심을 끌고 출연을 따냈다. 그는 방송국 관계자 등 비즈니스 파트너의 가족 일도 기억할 정도로 네트워크를 관리한다. 만나는 사람에 대해 메모해 두고 미팅 직전 리뷰한다.

스위프트는 대체되지 않기 위해 계속 자신을 혁신했다. “여성 가수들은 남성보다 20번 이상 더 변화해요. 어쩔 수 없어요. 아니면 잊히거든요. 끊임없이 재창조해야 하고 반짝임을 유지해야 해요.”(다큐 ‘미스 아메리카나’에서) 그는 17년 동안 컨트리, 팝, 록, 인디 등 장르를 끊임없이 넘나든다. 투어는 계속되고 오늘도 같은 노래를 부르지만 어제와 다르게 부른다. 스위프트는 관객에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주기 위한 요소를 강박적으로 기획한다. 센세이션을 만든 에라스 투어에서 3시간 동안 44곡을 부르면서 무대 세트는 10회 가까이 바뀌고 의상은 16번 갈아입는다.

스위프트는 24살이던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칼럼을 썼다. 스포티파이에서 음원을 빼는 결정을 하면서 아티스트의 권리를 주장한 글이다. 놀라운 것은 팬덤에 대한 통찰이다. 그는 “미래의 아티스트는 팬이 있기 때문에 음반 계약을 맺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5년 첫 음반사 회의에 참석했을 때 사회관계망서비스 마이스페이스에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나오기 전에 마이스페이스, 텀블러에서 팬을 모았다. 매일 밤 마이스페이스에서 팬을 위해 라이브로 연주했다. 팬의 결혼식에 깜짝 방문하거나 축가를 불러주고 힘들어하는 팬에게 손편지나 선물을 보낸다. 앨범이 나오기 전 팬들을 집으로 불러 음악을 먼저 들려주는 ‘시크릿 세션’을 연다. 곡을 쓸 때도 공연에서 팬과 함께 부르고 박수를 칠 수 있도록 ‘팬 참여의 순간(APM)’을 집어넣는다. 그가 말하는 ‘꿈의 유대감’이다.

스위프트는 노래만 아는 순수한 뮤지션이 아니다. 대행사를 쓰지 않고 모든 비즈니스를 직접 챙긴다. 가수를 시작할 때부터 개인 기획사 13매니지먼트(13은 스위프트가 좋아하는 행운의 숫자다)를 차리고 정예팀을 꾸렸다. 그는 보상과 인정이 확실한 CEO다. 지난해 7월 에라스 투어로 고생한 스태프 전원에게 5500만달러를 보너스로 쏘았다. 손글씨 감사인사와 함께. 2015년 투어를 마쳤을 땐 무대 스태프 125명을 데리고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플랫폼, 애플, 음반사와 영리하게 싸워 산업의 룰을 바꿨다. 첫 음반사와 마스터 권한 분쟁을 겪고 지금의 유니버설뮤직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마스터 권한까지 가수가 모두 가져오는 계약을 관철했다. 2015년 6월 텀블러에 올린 애플 공개서한은 정중하고 명확하며 단호하다. 애플은 애플뮤직 가입자에게 첫 무료 3개월을 제공하면서 그 기간 아티스트에게도 비용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스위프트의 항의에 애플은 바로 철회했다. 스위프트는 강력한 마지막 문장으로 애플을 보내버렸다. “우리는 아이폰을 공짜로 달라고 하지 않아요. 우리에게 무료로 음악을 제공해 달라고 하지 마세요.”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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