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정도껏 합시다. 치: 치사해요.’
지난 1월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피습을 당했다. 제1야당 대표가 대낮에 테러를 당한 대형 사건이었다. 바로 다음 날 정치부로 파견을 왔다. 이후 약 100일간 여의도 한복판에서 이번 총선을 지켜봤다. 그 소회를 2행시로 요약한 것이다.
민주당의 압승, 조국혁신당의 약진, 제3지대의 몰락 같은 이번 총선의 표면적 결과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이번 총선을 돌이켜보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려 한다. 앞서 언급한 2행시의 감정과 생각이 들게 했던 순간들이다.
여야는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비례 의석을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 장점이 분명하다. 문제는 거대 양당이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또 저질렀다는 점이다. 민주당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4·10 총선을 앞두고 말을 바꿨다. 국민의힘은 그 틈을 타 위성정당 작업을 착착 진행했다. 여야 모두 ‘어쩔 수 없이’ 위성정당을 창당했다고 항변했다.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은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선거구 획정 지각 처리 문제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 기한은 선거일로부터 12개월 전이다. 이번엔 총선 42일 전에야 선거구가 획정됐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을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선거 유불리는 그렇다 쳐도, 여야 대립이 첨예했던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클럽 의혹) 같은 쟁점을 선거구 획정과 연계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자신이 싸울 전쟁터가 어딘지도 모른 채 선거운동을 해야 했던 후보자와 유권자의 참정권이 ‘국민의 대표’들에 의해 또 한 번 훼손됐다.
여야의 후보자 검증 실패에 따른 자질 논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국회의원 후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의 과거 언행, 불법행위가 계속 터져 나왔다. 해당 후보들과 각 당은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뿐인가. 선거를 앞둔 여야 간 흑색선전도 극에 달했다. 원색적인 비난과 막말, 고소·고발 전이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렸다. 상대를 심판하겠다는 목소리에 묻혀 정작 중요한 민생과 공약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나마 각 정당에서 내놓은 공약은 구체적인 예산 추계도 없는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 속에 상대를 향한 공격 소재로 전락했다.
여야는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구태 정치로 가득한 오답지를 국민 앞에 내밀었다. 오히려 다른 친구가 더 많이 틀렸다며 고자질하는 ‘치사한’ 모습도 그대로였다. 이미 수차례 틀렸던 문제인데도, 정답을 찾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4년 뒤 23대 총선에서 똑같은 그림이 그려질 것이 훤해 더 씁쓸하다. 우리가 아무리 싫어도 정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번엔 더 잘할 거라고 또 한 번 속아주는 수밖에. 끝으로 곧 개원할 22대 국회를 향한 마지막 당부도 2행시에 담아봤다.
‘정: 정치인들 제발, 치: 치열하게 정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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