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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사는 거지 동네’… 구축 빌라 벽에 적힌 낙서에 30대 가장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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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9 17:25:12 수정 : 2024-04-09 17: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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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거주 중인 구축 빌라 벽에 적힌 ‘거지 동네’라는 낙서를 초등학생 딸이 볼까 두렵다는 30대 가장의 사연이 전해졌다.

 

기사와 사진은 직접적인 연관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대한민국 빌라에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내용에 따르면 작성자 A씨는 서울 소재 구축 다세대 빌라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딸을 둔 30대 가장으로 우연히 아침 출근길에 집 계단 안쪽에 쓰여있는 ‘못 사는 거지 동네’라는 내용이 담긴 비방의 낙서를 목격했다.

 

A씨는 “누가 보기에는 거지 같을 수도 있겠지만, 또는 ‘피해망상’, ‘과대 해석’, ‘이상한 사람의 질 나쁜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화가 나고 내 자신이 창피하고 여태껏 노력한 내 삶이 참 멋없이 느껴진다”라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이 이 낙서를 볼까. 물어본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두렵고 머리가 복잡하다”며 “이런 글도 처음 써보고 이곳에 넋두리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며 다시 힘내야 할 것 같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일제히 낙서범을 비판하며 A씨를 위로했다. 한 누리꾼은 “인생사 50년 뒤면 죽거나, 죽을 준비해야 하는 삶에서 헐뜯고, 추태 부리고, 괴롭히고 하는 간이 아깝지 않나? 언젠가는 건설적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래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주거지 형태나 부모님 소득 수준에 따른 ‘휴거’(휴먼시아 거지), ‘200충’(월수입이 200대인 가정), ‘기생수’(기초생활수급자)라는 별명을 붙여 사용한다는 글이 올라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사와 사진은 직접적인 연관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2018년 당시 한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학부모들이 해당 교육 지청에 혁신 초등학교로 배정된 통학구역을 변경해달라며 소송을 낸 바 있다. 즉 해당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다른 학교로 배정해달라는 소송이었던 것이다. 이 소송은 긴 법적 싸움 끝에 1심, 2심 모두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해당 사건에서 원고는 통학로와 교실에서 나오는 전자파 수치가 너무 높다는 점과 자신들이 요구한 학교의 거리가 더 가깝고 안전하다는 점을 들어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원고의 통학구역 변경 요청의 실제 이유는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됐고, 임대 아파트와 같은 학군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현상에 전문가들은 부모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의 특권의식이 아이들에게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저 친구는 어디 사느냐’ ‘임대주택 사는 사람들이랑은 놀지 마라’ 등의 말이 큰 영향을 준다”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지켜온 이 땅에서 그저 내 아이만 잘난 아이로 기르려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은 참혹한 현실만을 불러올 뿐이다. 유례없는 저출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유혜지 온라인 뉴스 기자 hyehye0925@seq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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