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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화·양조위, 20년 만에 정통느와르 호흡

입력 : 2024-04-09 21:10:09 수정 : 2024-04-09 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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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제작진… 홍콩 금융황금기 배경
경찰 수사관·범죄 피의자간 대결 그려

막이 오르면 익숙한 광둥어 발음에 반가움부터 든다. 홍콩 영화 전성기의 상징인 량차오웨이(양조위·62)와 류더화(유덕화·63)가 10일 개봉하는 영화 ‘골드핑거’(사진)에서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건 ‘무간도 3-종극무간’(2004) 이후 20년 만이다. 연출 역시 ‘무간도’ 시리즈의 각본을 쓴 좡원창 감독이 했다. ‘무간도’에서 각각 형사와 폭력조직원을 연기한 두 배우는 이 작품에서 서로 역할을 바꿔 수사관과 금융범죄 피의자로 마주한다.

 

‘골드핑거’는 1970년대 무일푼이던 청이옌(량차오웨이 분)이 홍콩의 고도성장기를 타고 막대한 부를 쌓다가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모습을 그렸다. 류치위안(류더화)은 홍콩 반부패조사국(IACA) 수사관으로서 청이옌과 대결한다.

1970년대 초 청이옌은 동남아에서 홍콩으로 건너와 닭장 같은 방에 살고 있다. 그는 우연히 부동산 사기에 가담한 것을 계기로 홍콩에서 돈 버는 법에 눈 뜬다. 바로 구멍가게 수준의 카르멘이라는 회사를 차린 후 겁 없이 사업을 키우기 시작한다.

영화는 청이옌이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빠르게 보여준다. 카르멘 그룹은 방역, 투자, 제지, 여행, 운수 등으로 문어발식으로 뻗어 나간다. 자본시장을 발판 삼아 거품을 한껏 부풀리고 폭탄 돌리기를 하며 몸집을 키운다. 거품은 터지기 마련. 1980년대 홍콩의 중국 반환이 거론되면서 과열된 주식시장이 급랭한다. 카르멘 그룹이 휘청이며 실상이 드러나자 수사관 류치위안은 청이옌의 금융범죄를 밝히려 사투를 벌인다.

이 작품의 매력은 두 배우의 무르익은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량차오웨이의 수줍던 눈빛은 사업가의 능청스러움으로 변했고, 류더화의 볼에 팬 주름은 관록을 더한다. 범죄 혐의를 두고 두 사람이 쫓고 쫓기는 모습은 긴장감을 높인다. 1970∼80년대 홍콩이 국제금융도시로 성장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다만 영화의 완성도는 아쉽다. 연출의 강약 조절과 캐릭터의 입체성이 부족해,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가 느슨해진다. 눈요깃거리나 군더더기 장면들도 영화의 만듦새를 해친다.

‘골드핑거’는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홍콩에서 급속히 성장한 캐리언 그룹이 회계 조작 등으로 몰락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제작비는 약 3억5000만홍콩달러(594억원)에 달한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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