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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비밀스러운… 잡스 사후의 애플제국은

입력 : 2024-04-06 06:00:00 수정 : 2024-04-05 19: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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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스티브 잡스/트립 미클/이진원 옮김/더퀘스트/3만5000원

 

2011년 10월5일 오후, 애플 직원들의 아이폰에는 ‘스티브 P.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 56세 일기로 타계’ 소식을 담은 긴급 알림이 떴다. 췌장암과 마지막 사투를 벌이던 순간에도 “애플은 내게 일이 아니다. 내 삶의 일부다”라며 일을 놓지 않았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최고경영자(CEO)로 불러도 손색 없던 사람이 하늘로 간 것이다.

다음날 전 세계 직원들이 시청하도록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추도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잡스의 후계자 팀 쿡이었다.

 

트립 미클/이진원 옮김/더퀘스트/3만5000원

쿡은 “잡스가 나와 여러분 모두를 위해 해준 마지막 조언은 ‘잡스라면 어떻게 할지 절대 묻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그는 ‘그냥 옳은 일을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잡스의 이 말은 애플 내에서 쿡의 위상을 높여줬다. 쿡이 선견지명이 있는 잡스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눈 사람 중 한 명임을 보여주고, 직원들에게 고인이 쿡을 그들의 지도자로 선택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 수장이 된 쿡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안정적으로 ‘애플 제국’을 이끌며 잡스 사후 10년 동안 ‘시가총액 3조달러’라는 위업을 달성한다.

이 책은 역사상 가장 극적인 기업 승계 과정을 파헤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 내부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잡스 다음으로 애플에서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인 쿡과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너선 아이브(2019년 퇴사)가 어떻게 창업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현재의 애플을 만들어 나갔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되기까지 이뤄진 수많은 의사결정, 법적 공방과 위기를 돌파해 나가기 위해 취했던 묘책과 전략,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자인팀과 운영팀 간의 끊임없는 갈등과 협업 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저자는 뉴욕타임스에서 애플을 담당하는 전문기자답게 지난 5년 동안 200명 이상의 전·현직 애플 임직원,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 등 각계 인사를 만나 인터뷰하고 사실관계 검증작업을 거쳤다. 이 책은 그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다른 유형의 리더십을 가진 쿡과 아이브가 ‘애플을 지키겠다’는 같은 목표를 향해 어떻게 협력하고 대립하며 고군분투했는지 세밀하게 짚는다. 그 과정에서 애플이 겪었던 수많은 위기, 즉 관세 문제, 미·중 무역전쟁, 사생활 보호와 국가 안보 사이의 충돌, 삼성과의 법정 공방 등을 조명한다.

아이브를 필두로 한 엘리트 디자인팀이 잡스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애플워치를 개발하고 애플 파크를 건설하는 등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팀별로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켰는지 생생하게 소개한다. 애플 뮤직과 애플 TV 등을 통해 전통적인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유통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변화시키게 된 과정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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