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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측교섭위원이 노조임원?”…‘어용노조’로 맞서는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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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9 11:00:00 수정 : 2024-03-29 15: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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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조 설립했지만,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
“과거 사측 교섭위원이 노조 임원 맡는 건 상상 어려워”
카라 인사팀장 공고엔 “노조대응 경험자 우대”

동물권행동 카라에 사측 교섭위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이 임원인 새 노조가 만들어졌다. 사측이 조직 운영에 문제를 제기해 온 기존 ‘카라 노조’에 노동조합법에 어긋나는 ‘어용노조’로 맞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일보가 29일 입수한 회의록을 보면 지난 22일 오후 카라 제3 노조 ‘더함’ 설립총회가 열렸다. 총회에는 더함 조합원 17명 가운데 14명이 참석해 임원을 선출하고 노조 규약과 사업계획, 예산을 의결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카라 더불어숨 센터 모습. 카라 노조 제공

더함이 어용노조라는 비판을 받는 건 임원 구성 때문이다. 설립총회에서 노조 임원 역할인 회계감사로 선출된 A씨는 카라에서 현재 회계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2차례의 노사 교섭에 사측 교섭위원으로 참석했다. 이후에도 교섭이 진행될 때마다 사측 입장에서 교섭 내용을 내부에 공지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조합법 제2조는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게다가 카라 노조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법적으로 2년 동안 교섭권을 보장받은 사내 유일한 단체이기도 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소속 이선민 변호사는 “사측 교섭위원 이력이 있는 사람이 노조의 임원이 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이력만으로 단언할 순 없지만, A씨가 현재 회계팀장 직책을 맡고 있는 등 여러 정황에 비춰 봤을 때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함이 단결권이 아닌 카라 노조를 약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노조 무효확인 청구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라 내부에선 사측 인물이 더함 설립 준비 과정에서 가입을 권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카라 관계자는 “사측 교섭위원을 했던 B씨가 활동가들에게 더함 가입을 요구하고 다니는 것을 목격한 이가 적잖다”며 “조합원 확보나 조직 홍보 등 운영이 사측 주도로 이뤄진 더함이 사측과 관계에서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노조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더함 설립에 관해선 알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전 대표는 “노조와 관련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면서도 “A씨가 사측 교섭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서 수발신 등 사소한 업무만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카라는 노조와 사측 간 내홍을 겪고 있다. 카라 노조는 지난달 2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이들은 사측이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일부 간부급 활동가에 대해 ‘명령불복종’ ‘조직문화 저해’ 등을 명분으로 정직 3개월이라는 부당한 중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카라의 임원 선출과 징계위원회 구성 규정을 명문화하자는 내용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사측과 10차례에 걸쳐 교섭을 시도했지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교섭은 다음달 3일이다.

 

카라 노조가 지난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임원 선출 과정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카라 노조 제공

카라는 노조와 갈등 이후 인사팀장 채용 공고문에 ‘노동위 관련 업무 경험자’와 ‘노조 관련 대응 경험자’를 우대사항에 포함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 게시된 이 공고문은 이후 해당 문구를 ‘급여 업무 전반’ ‘인사규정 정립’으로 바꿔 수정됐다.

 

지난 8일 공고된 카라 인사팀장 채용 공고문 일부다. 현재는 수정된 상태다. 독자 제공

2002년 동물권 옹호 비영리 시민단체로 설립된 카라는 현재 약 60명의 상근 활동가가 근무하고 있다. 후원 회원은 1만8000여명으로 연간 후원금은 60억원가량이다.


윤준호·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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