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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에도 교실서 드럼·미술… 아이 만족 ‘쑥’ 부모 걱정 ‘뚝’

입력 : 2024-04-01 06:00:00 수정 : 2024-03-31 20: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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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영초 ‘늘봄학교’에 가다

2024년 1학기 교육부 시범학교로 선정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돌봄 공백 메꿔
탈락없이 1·2학년 누구나 무료로 이용
하교시간 오후 1시에서 3시로 늘어나
희망자에 한해선 오후 6시까지 돌봐줘

학생 “학원 가는 것 보다 좋아” 웃음꽃
학부모 “학교에 아이 맡길 수 있어 든든”

“선생님, 저 다 칠했어요!”

지난 26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삼영초등학교. 온돌 바닥으로 된 교실에 들어서자 15명가량의 아이들이 각자 종이 속 꽃병을 사인펜으로 열심히 칠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입학 한 달이 채 안 된 1학년. 원래대로라면 수업이 끝나 뿔뿔이 흩어졌을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교문을 나서지 않고 ‘늘봄교실’에 남아 미술강사와 수업을 하는 중이었다.

26일 대구 삼영초에서 학생들이 정규수업 후 미술과 드럼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또 다른 교실에선 영어수업이 한창이었다. 강사가 모니터에 나온 고양이 사진을 가리키며 영어로 “How many cats?(고양이가 몇 마리인가요?)”라고 묻자 교실 여기저기서 앞다퉈 손이 올라왔다. 정답을 맞힌 아이가 칠판에 점수 스티커를 붙이자 같은 조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수업 내내 아이들은 게임을 하듯 신나는 모습이었다. 영어수업을 듣고 있던 심서연양은 “영어를 더 잘하게 된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날 아이들이 들은 수업은 삼영초가 마련한 1학년 맞춤형 무료 프로그램이다. 삼영초는 올해 1학기부터 교육부의 늘봄학교 시범학교로 선정돼 원하는 1·2학년에게 정규수업 후 매일 2시간씩의 무료 프로그램을 지원 중이다. 올해 입학한 94명 중 81명(86.2%)이 정규수업 후 학교에 남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수업이 끝나면 빨리 학교를 떠나고 싶을 법도 하지만, 이날 만난 아이들은 모두 “재미있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익숙한 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고 편안해 보였다. 고사리손으로 색칠을 하던 한 학생은 “미술학원도 다녀봤다”면서도 “학교에서 수업하면 친구들이 많아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몇달 뒤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에서 원하는 1학년 누구에게나 정규수업 후 2시간의 무료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1학년의 하교 시간이 2시간 뒤로 미뤄지는 셈이다.

◆돌봄공백 메꾸는 늘봄학교… 학부모 ‘안심’

초등학교 1학년 시기는 흔히 ‘워킹맘의 무덤’이라 불린다. 하교 시간이 오후 1시 전후로 유치원·어린이집보다 빨라 자녀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아서다. 하교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없는 가정은 조부모 등의 도움을 받거나 별수 없이 ‘학원 뺑뺑이’로 돌봄 공백을 메꾼다. 교육 당국은 방과후학교, 돌봄교실을 늘리고 있지만 공급이 제한적이라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돌봄교실은 이용 대상이 맞벌이·한부모가정 등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올해 1학기부터 시범 운영된 늘봄학교는 이런 돌봄 수요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우선 타깃은 하교가 빠른 1·2학년이다. 삼영초는 매일 오후 1시10분부터 3시까지 1·2학년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학년 수업은 책놀이·오카리나·우쿨렐레·보드게임 등으로, 기존 방과후 수업과 달리 오로지 ‘1학년을 위한’ 눈높이 수업이란 점이 특징이다. 1학년 입장에선 방과후 수업까지 더하면 수업 종류가 대폭 늘어난 셈이다.

맞춤형 프로그램은 1과목당 3만∼4만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방과후 수업과 달리 무료인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입학생 127명 중 절반이 넘는 학생이 비용을 부담하고 방과후 수업을 들었지만, 올해 입학생 중 비용을 내고 방과후 수업을 듣는 비율은 28.7% 수준으로 줄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에는 1학년 중 상당수가 무료 맞춤형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정 부담이 줄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2시간의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원하는 학생은 오후 6시까지 학교에 더 남을 수 있다. 기존 돌봄교실과 달리 신청 우선순위나 추첨, 탈락도 없다. 현재 1·2학년 215명 중 73명(60.3%)은 오후 3시 이후에도 늘봄전담사와 함께 간식을 먹고 독서, 종이접기 등의 활동을 하다가 오후 5시 전후 하교한다.

이른 하교가 고민이었던 학부모들에게 늘봄학교는 단비 같은 존재다. 네 자녀 중 둘째·셋째가 삼영초 1·3학년에 재학 중인 이주희(38)씨는 “탈락 걱정이 없고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맞벌이가정은 오후 5∼6시 전엔 데리러 가기 힘들어서 아이가 학원에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학교에 맡길 수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며 “어차피 집에 못 올 시간이라면 차 타고 가는 학원보다 안전한 학교에 있는 것이 안심된다”고 말했다.

◆방과후 수업도 다양… 교사도 만족

늘봄학교는 1·2학년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3∼6학년이 주로 이용하는 방과후 프로그램도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영초의 경우 바이올린·방송댄스·과학실험·로봇과학·축구 등 1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3∼6학년 대부분이 1개 이상의 수업을 듣는다. 드럼 수업은 2개 반에서 35명이 들을 정도로 인기다. 대부분 드럼을 처음 접해본 아이들이다. 3학년 양시원양은 “학원은 차 타고 가서 불편한데 방과후 수업은 학교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늘봄학교 도입으로 교사 업무가 늘어 학교와 교사 간 갈등이 발생한 학교도 있지만, 삼영초는 교사들 반응도 좋다. 지난 2월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기간제 교원 1명과 늘봄전담사 3명, 자원봉사자 1명이 배치된 덕이다. 문영지 교사는 “늘봄학교 때문에 업무가 늘까 봐 걱정했지만 전담인력이 배치돼 불안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옥정 삼영초 교장은 “교사들도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봐줘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구=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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