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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봄꽃축제 혼란과 기후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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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6 23:23:42 수정 : 2024-03-26 23: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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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었던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우수와 경칩이 지났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도 거쳤다. 그런데 일주일이 멀다하고 비가 내리는 궂은날이 잦다. 강원도 산지에는 어제 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갑자기 더워졌다 추워졌다를 반복하며 날씨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예측불가다. 이러니 벌써 완연히 피었어야 할 개나리, 진달래 꽃은 듬성듬성이다.

언제부턴가 꽃피는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저마다 꽃망울을 터뜨리겠다고 난리다. 매화와 산수유가 꽃망울을 달고 있는데 개화시기가 늦어야 할 목련, 개나리가 먼저 꽃을 피운다. 여기에 벚꽃까지 가세한다. 그러고는 한꺼번에 만개했다 일제히 꽃잎을 떨군다. 모든 꽃들이 화무십일홍인 셈이다. 상춘객들로선 봄꽃들의 이런 무더기 인사가 달가울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벚꽃 축제를 준비 중인 지자체들마다 개화시기를 점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겨울축제도 이상기후로 행사 취소가 잦았다. 언제까지 이런 축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꿀벌 실종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가을에만 전국 40만개 이상의 벌통에서 100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고 한다. 올해도 100억마리 이상이 자취를 감출 거란 우울한 전망이다. 키르키 라자고팔란(Kirti Rajagopalan) 미국 워싱턴 주립대 교수 연구진은 어제 “기후변화로 꿀벌이 주로 활동하는 가을이 길어지면 이듬해 봄에 군집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꿀벌의 활동량이 늘어 과로로 쓰러진다는 얘기다. 앞서 유엔은 현재 추세라면 2035년 무렵에는 꿀벌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정치바람’이 지난 1월 전국 1만70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명 중 1명은 선거에서 기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후유권자’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2.5%는 “기후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투표를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선거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는 아니나 기후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기후 위기의 경고음이 날로 커지는 만큼 이런 유권자는 더욱 늘어나야 할 것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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