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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 “댓글 조작 같은 사회 문제 다뤄야 영화산업 정체 안 돼”

입력 : 2024-03-26 20:32:31 수정 : 2024-03-26 20: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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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 영화 ‘댓글부대’서 기자 역 열연

대기업 고발하자 ‘가짜 기사’ 댓글 시달려
댓글부대 파헤칠수록 진실 미궁 속으로

“모호한 결말, 사실 개의치 않는 세태 반영
온라인 속 무리짓기·확증편향 등 꼬집어
영화엔 재미·사회적 기능 함께 있어야 해”

“전 제가 솔직한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손석구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언론과 만나 이렇게 자평했다. 그의 말대로 손석구는 자기 생각을 최대한 조곤조곤 풀어내려 애썼다. 일부 ‘스타’에게 느껴지는 꾸밈이나 겉도는 느낌은 없었다. 따로 화장을 받지 않은 듯한 얼굴에 캡 모자를 눌러쓴 차림새도 소탈했다.

배우 손석구는 ‘댓글부대’에서 연기한 임상진 기자에 대해 “사명감도 있지만 한방 터뜨리고 싶다는 야망과 허세도 있고 욕을 먹으면 흔들리기도 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범죄도시2’부터 ‘나의 해방일지’ ‘살인자ㅇ난감’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홈런을 쳐온 그가 이번엔 기자로 분했다. 영화 ‘댓글부대’에서 댓글 공작의 실체를 파헤치는 기자 임상진을 연기했다.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임 기자는 대기업 비리 의혹을 단독기사로 고발했다가 가짜 기사라는 댓글 여론에 시달린다. 사측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그를 정직 처분한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임 기자에게 ‘팀 알렙’ 멤버가 온라인 여론조작을 제보하지만 갈수록 실체적 진실은 모호해진다.

임상진 역은 배우가 매력을 발산할 여지가 적은 캐릭터다. 손석구는 “잠깐 나오는데 대중에게 각인되거나 (자기가) 원톱인 영화는 몇 년에 한 번 하면 된다”며 “매번 하면 배우도 관객도 지친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는 안국진 감독이라는 아티스트의 개성이 확실히 묻어나는 작업이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손석구가 ‘댓글부대’를 택한 이유는 안국진 감독 외에 또 있다. 댓글 조작처럼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해서다.

“(이 작품에는) 대중 엔터테인먼트 외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고 봐요. 그 알파가 뭘지는 관객이 정의하는 거지만, 사회적 메시지이거나 또 다른 무엇일 수 있겠죠.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해요. 영화산업이 정체되지 않으려면 가야 할 길인 것 같아요.”

손석구는 “좋은 글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동시에 사회적 이야기가 담겨야 하지 않느냐”며 “영화도 재미에 더해 사회적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와야 영화라는 매체가 과거와 같은 위상을 계속 가질 거라 본다”며 “솔직히 저도 여기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댓글부대’는 사회고발을 통한 권선징악 같은 통쾌한 결말로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호하기에 보는 이에 따라 찜찜하게 느낄 수 있다. 손석구는 “요즘 뭐가 사실인지 알 수 없지 않으냐”고 되물으며 온라인 무리짓기와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주인공이 결정을 내렸는데 영화에서 그게 팩트냐 아니냐를 보여주지 않기에 모호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전 이게 주제라고 본다”고 했다.

“굉장히 현실적인 결말이라 어떤 사람에게는 웃길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무서울 거예요. 웃기면서 무서운 영화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이 영화의 결말에는 특수한 풍자가 있어요. 다들 나만의 정답이 있지만 그게 소통되지 않잖아요. 그냥 이러고 사는 거예요.”

기사와 댓글은 배우인 그가 피할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연극 연기’에 대해 평소 생각을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손석구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만나면서 오해가 빚어지는 데 대해 “억울해하면 안 된다”며 “배우 생활을 하면서 미디어의 생리와 습성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의 코어(핵심)를 이해하고 나면 객관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떤 단계에서 풀어야 할지 조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한 발 떨어져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미디어의 핵심’을 ‘이야기’로 이해했다는 그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손석구는 2021년 단편 영화 한 편을 연출했지만, 현재 연출에 뜻은 없는 상태다. 배우로서의 목표에 집중하려 한다. 신인 시절에는 “인지도도 올리고 주인공도 하고 싶었다”는 그는 이제는 “작품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좋은 콘텐츠를 사서 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배우로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목표예요. 육체적으로는 많이 지치죠. 작년, 재작년 작품수가 많았으니 타협하려면 할 수도 있잖아요. 했던 연기 또 하고, 대사 안 외우고 현장에서 어떻게 넘어가고. 자기 검열을 많이 하지 않으면 그럴 수 있는 시기예요. 배우로서 꾸준하게, 열심히 안 지치고 하는 게 중요하단 생각을 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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