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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작가 조영훈 “우리 역사 담은 레고 만들어 한국의 美 알리고파”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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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5 06:00:00 수정 : 2024-03-25 11: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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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작가 15人 중 유일한 한국인 조영훈

중2 때 처음 접해 사모으기 시작
좋은 작품 만들려고 디자인 전공
“레고 본사 수석디자이너가 목표”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레고 작가가 되겠습니다.”

 

조영훈(27) 작가는 덴마크 레고(Lego) 본사 ‘레고하우스’에 작품을 전시한 국내 두 번째 작가다. 레고 그룹은 매년 전 세계에서 15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그들이 레고로 만든 작품을 레고하우스 마스터피스 전시관에 1년간 선보인다. 조 작가는 지난해 뽑힌 15명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다.

 

조영훈 작가가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묵시록의 붉은 용’ 앞에 서 있다. 조영훈 작가 제공

지난 17일 세계일보와 만난 조 작가는 “마스터피스 전시관은 레고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작품을 내걸고 싶은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라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레고를 좋아하는 어린이들과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 작가가 레고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2학년 무렵이다. 아버지가 동생 생일선물로 레고를 사왔다. 동생은 설명서대로 레고를 완성하고는 손을 놨지만 조 작가는 부수고 만들기를 반복했다. 매번 설명서에 없는 새로운 작품이 탄생했다. 흥미를 느낀 조 작가는 용돈을 모아 레고를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레고는 어떤 제품을 사든지 서로 호환이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며 “레고 블록 6개로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9억만 가지에 달한다. 머리로 그렸던 작품을 현실로 만들어냈을 때 그 희열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건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다. 조 작가는 연세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시각디자인을 배우면 레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수업이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집에서 레고를 만졌다. 이름을 알릴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대학 1학년 때 당시 국내 최대 규모 레고 전시회였던 ‘브릭 코리아 컨벤션’에 용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을 출품했다. 레고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의 작품은 곧바로 화제가 됐다.

 

인지도가 높아지자 방송 제의가 들어왔다. 그는 2022년 지상파에서 방영한 ‘블록버스터, 천재들의 브릭 전쟁’에 출연했다. 레고 작가들이 창작작품을 만들어 서바이벌 형식으로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조 작가는 구독자 30만명을 보유한 레고 유튜버 ‘늦가을’과 팀을 이뤄 7라운드까지 진출했다.

 

꽃길만 펼쳐졌던 것은 아니다. 현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작품을 만들려면 상당량의 블록을 구매해야 하는데 작가 활동으로 얻는 수입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조 작가는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1만~2만개 정도 블록이 필요하다. 블록 값만 300만~500만원”이라며 “반면 아직 국내에서는 레고 작품 전시가 생소한 영역이라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IT업계에서 일하며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조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은 ‘회귀의 천사’다. 레고 블록 2만개로 세 달을 꼬박 만들었다. 레고하우스 마스터피스에 전시됐던 바로 그 작품이다. 조 작가는 “무덤에 뿌리를 내린 나무 위에 천사가 서 있는 모습”이라며 “삶과 죽음 사이의 사이클을 천사의 형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 모티브를 얻기 위해 그리스·로마 신화를 반복해서 읽었고 한때는 종교에 빠져들기도 했다”며 “기존에 있던 캐릭터에 상상력을 덧붙이는 작업을 거쳐 작품이 탄생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에 ‘묵시록의 붉은 용’을 전시했다. 성서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용의 모습을 한 사탄’을 모티브로 제작된 높이 1.1m 초대형 레고다. 교만, 질투, 분노, 탐욕 등 7개 대죄와 10개 소죄를 표현하기 위해 용머리 7개, 뿔 10개를 만들었다. 조 작가는 “최종 목표는 덴마크 레고 본사에서 한국인 최초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사를 담은 레고를 만들어 전 세계 시장에 ‘한국의 미’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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