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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없는 ‘전공의 처우 개선 토론회’…“진심 담겨있는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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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2 08:57:56 수정 : 2024-03-22 08: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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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공의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당사자인 전공의는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아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성순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 원장(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전공의들의 근로시간과 낮은 임금 수준 등을 개선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고든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7년 말 개정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전공의 주당 평균 수련시간은 77.7시간으로 줄어들었고 전공의 피로도 감소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주당 평균 수련시간은 법 시행 전인 2016년 91.8시간에서 2018년에는 79시간, 2022년엔 77.7시간으로 감소했다.

 

고 연구위원은 “평균 근로시간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수련기관이 존재하고, 연차와 전공과목, 수련기관에 따른 편차가 존재한다”며 “전공의 52%는 주당 80시간 넘게 수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65.8%는 24시간 초과 연속 근무를 경험했고, 33.9%는 기준에 따른 휴식 시간을 제공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국가들을 보면 우리나라 전공의들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과 연속근무는 두드러졌다. 미국은 주당 최대 수련시간이 4주 평균 80시간, 최대 연속 수련시간은 24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전공의 1년 차의 경우엔 1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캐나다는 수련병원과 주전공의연합 합의에 따라 수련시간을 결정하는데 주당 최대 수련시간은 60~90시간으로 주마다 상이하고, 최대 연속 수련시간은 24시간이다. 일본은 주당 최대 수련시간 80시간, 최대 연속 수련시간 28시간 등이다.

 

고 부연구위원은 주당 수련시간과 연속근무를 단계적으로 하향하기 위해 △전문의 중심 수련병원 모델 적용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활성화 △수련병원 내 혁신적 인력운영체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전공의 1인당 적정 담당 환자 수 산출과 임금 수준 정상화 및 임금 체계 가이드라인 정비, 의료소송 및 법적 분쟁 보호 등의 권리 보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임인석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기관평가위원장 등이 김준태 전남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발제 화면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전공의 없는 전공의 토론회

 

이날 토론회는 전공의들의 처우개선을 논의하면서도 정작 전공의 당사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전공의들이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토론회를 시작하면서 “전공의 처우와 근무 여건 개선 관련 토론회인데 전공의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이와 유사한 자리를 추가로 만들어 전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논의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그때 (전공의들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애초 정부가 전공의를 부를 의지가 없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회 자체도 실제 전공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주최했다기보다 생색내기용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전공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논의에 전공의가 없다니 황당했다”며 “대화와 소통을 말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는 정부에 다시 한번 처참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류옥씨는 “마치 지주들이 모여 노비들의 처우개선을 고민하는 것과 같다”며 “진심이 얼마나 담겨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공의들이 수십년간 내오던 목소리는 묵살하다가 이런 시기에 이런 토론회를 진행하는 진의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오늘은 전공의 처우개선만을 위한 토론회라기보다 매주 한번씩 이어온 의료개혁 토론회의 연장선”이라면서도 “(토론회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좀 더 일찍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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