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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아카데미 7관왕… 놀런 생애 첫 감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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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11 13:56:49 수정 : 2024-03-11 1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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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올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7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여우주연상은 ‘가여운 것들’의 에마 스톤에 돌아갔다.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쉽게도 수상이 불발됐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오펜하이머’였다. 최고상인 작품상과 함께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을 받았다.

 

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로 작품상을 받은 감독 겸 제작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그의 부인인 에마 토머스 프로듀서, 영화제작자 찰스 로벤(왼쪽부터)이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LA=로이터연합뉴스

‘오펜하이머’를 연출한 영국 출신 거장인 놀런 감독은 이날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그는 ‘덩케르크’(2017), ‘인터스텔라’(2014),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인셉션’(2010), ‘다크 나이트’(2008), ‘배트맨 비긴즈’(2005)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가졌으나 유독 아카데미 감독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작품상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덩케르크’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날 시상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지 30주년이 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해 의미를 더했다.

 

남우주연상도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에게 돌아갔다. 그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천재성과 인간적 고뇌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고 평가받았다. 1996년 데뷔 이래 상과 별다른 인연이 없던 머피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단번에 수상까지 하는 영광을 안았다. 머피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지난해 ‘오펜하이머’ 개봉 이후 줄곧 이어졌다. 올해 초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 등에서 잇따라 남우주연상을 차지해 이런 예상에 무게가 실렸다.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다.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받으며 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쓸 것으로 일찌감치 점쳐졌다. 후보로 오른 부문도 13개로 가장 많았다.

 

경합이 치열했던 여우주연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에서 여자 프랑켄슈타인을 연기한 스톤에게 돌아갔다. 스톤은 제89회 시상식에서의 ‘라라랜드’(2016)에 이어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라라랜드’와 ‘가여운 것들’로 두 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모두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오펜하이머’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여우조연상을 받은 ‘바튼 아카데미’의 더바인 조이 랜돌프, 여우주연상을 받은 ‘가여운 것들’의 에마 스톤, 남우주연상을 받은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A=AFP연합뉴스

스톤은 ‘가여운 것들’로 올해 초부터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등 굵직한 시상식에서 연이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천재 외과 의사에 의해 죽음에서 되살아난 ‘여자 프랑켄슈타인’ 벨라를 맡았다. 성인 여성의 몸을 가진 벨라가 유아기를 거쳐 지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파격적인 베드신과 노출신에 도전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됐다. 이날 ‘가여운 것들’은 여우주연상과 함께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에서 미국 명문고 주방장을 연기한 더바인 조이 랜돌프, 남우조연상은 ‘오펜하이머’에서 오펜하이머의 적수 스트로스를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수상했다. 두 배우 모두 첫 오스카상 수상이다.

 

각본상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이 만든 미국 영화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수상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 이외 지역의 감독이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것도 미야자키 감독이 유일하다.

 

장편다큐멘터리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담은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감독의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받았다. 지난해 시상식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를 다룬 ‘나발니’가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러시아에 대한 할리우드의 비판적 시각이 수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 국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장편영화상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상영된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영상에는 ‘기생충’의 고 이선균 배우가 나오기도 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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