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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영화관으로 옮겨간 ‘전공의 여론전’…“의료개혁 완수” 정부 영상 송출

입력 : 2024-03-11 10:13:30 수정 : 2024-03-11 14: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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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서 ‘의료개혁 완수’ 대한민국정부 영상 송출
복귀 전공의와 상급종합병원을 양보해 준 국민 등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지난 9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상영 전 송출된 정부 광고 영상. 독자 제공

 

병원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율이 미미한 상황에서 다시 돌아온 전공의들에게 감사하고 ‘의료 개혁’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대한민국정부 이름 영상이 국내 영화관 스크린에 등장했다. 현장 이탈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 통지에 속도를 내면서도 복귀 전공의와 의료진을 믿어주는 국민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정부가 밝힌 것으로 해석되는데, 일부 관람객 사이에서 정부 영상을 영화관에서까지 봐야 하냐는 다소 비판적인 반응이 눈에 띈다. 여야 공방 소재가 된 의대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정부의 불필요한 여론전 아니냐는 지적이다.

 

1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30초 분량 정부 영상은 지난 8일부터 국내 영화관에서 송출되고 있다. 영화 시작 전 스크린 광고에 섞여 복귀 전공의와 상급종합병원·응급실을 양보하는 국민에게 감사하다는 등 자막이 삽입됐다. 시민 모습을 배경으로 삼아 제작된 영상은 ‘흔들림 없이 의료 개혁을 완수해 국민께 보답하겠다’는 메시지로 끝나며, 마지막에는 대한민국정부라는 이름이 뜬다.

 

복귀 전공의와 상급종합병원을 양보해 준 국민 등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지난 9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상영 전 송출된 정부 광고 영상. 독자 제공

 

영상은 대한민국정부 유튜브 채널에 지난달 29일 게재된 ‘우리 곁으로 돌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2분여 분량 영상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울리는 사이렌으로 시작해 수술실 앞에서 절망하는 보호자의 ‘제발’이라는 자막으로 문을 여는 영상에는 의학 소재 드라마의 여러 자막이 나온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의사(드라마 ‘굿닥터’)’, ‘나는 의사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드라마 ‘뉴하트’)’, ‘가장 중요한 건 절대 환자보다 먼저 포기하지 않는 거야(드라마 ‘하얀거탑’)’ 등 대체로 의사 책임감 부각이다.

 

특히 ‘자신의 삶보다는 우리의 생을 위해 헌신한 그 이름 의사’라는 메시지도 자막으로 포함돼 주목됐는데,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자신의 삶보다 우리의 생을 위해라는 표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공익을 위해서라면 개인 희생 정도는 당연하게 여기는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나온 표현”이라며 “강요된 희생은 폭력”이라고 쏘아붙였다.

 

‘대한민국정부’ 유튜브 채널에 지난달 29일 올라온 ‘우리 곁으로 돌아와주세요 #we_need_U’라는 제목의 영상. 유튜브 채널 캡처

 

영화관에서 정부 영상을 본 관람객 사이에서는 다소 비판이 나온다. 한 관람객은 “영화관 광고에서 생뚱맞은 영상이 나와서 뭔가 했다”며 의정 갈등의 ‘강 대 강’ 대치를 해소한 것도 아닌데 영상이 부적절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사의 단체 행동도 문제지만 정부 대처가 별다른 해결책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제작된 섣부른 영상이라는 얘기다. 다른 관람객도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닌데 ‘의사들에게 고맙다’거나 ‘양보해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비슷하게 비판했다.

 

물론 현장을 지킨 의료진과 다시 돌아온 전공의 등에게 감사하다는 정부의 메시지가 문제 될 것 없다는 옹호론도 있다.

 

복귀 전공의와 시민에게 감사하다는 정부 영상이 송출된 A영화관의 본사 관계자는 국내 전체 상영관 보유 스크린의 20% 정도에서 해당 영상이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11일 세계일보에 알려왔다.

 

복귀 전공의와 상급종합병원을 양보해 준 국민 등에게 감사하다는 정부의 영화관 영상 송출을 비판한 누리꾼 반응.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광고 내거는 스크린 수는 상영 회차와 관객석 규모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는 업계 전언도 있다. 매 회차 광고 시 전체 광고금액이 올라가므로 광고주가 스크린 비율을 별도로 정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상품도 여러 가지라는 설명도 나온다. 광고업계는 대형 스크린과 어두운 조명, 뛰어난 음향 시설 등 영화관의 환경으로 관객의 주목도를 높이기 쉽다는 이유에서 정부의 영상이 송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영상 영화관 송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담배의 위험성과 금연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국민 참여 ‘노담(No 담배)’ 영상 캠페인을 영화관에서 진행한 바 있다. 담배 유해성을 알리고 금연 촉구 영상 광고를 국민이 직접 제작해 영화관에서 확산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기획으로, 같은 해 5월 CGV 148개 상영관에서 실내 금연 메시지와 함께 송출된 바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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