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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효과로 소액주주 주주환원 목소리 커져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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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04 07:00:00 수정 : 2024-03-04 01: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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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소액주주 제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결집하는 플랫폼까지 등장하면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이 3월 주총의 안건으로 대거 오를 전망이다.

 

◆소액투자연대 최소 20곳에 안건 제출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소액투자연대가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을 전달한 기업 수는 최소 20곳을 넘길 전망이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보면 20개 기업에 주주제안이 제출됐다. 2021년 10곳, 2022년 11곳, 2023년 18곳 등 소액주주연대가 그간 주주제안을 제출한 기업보다 많은 수준이다.

 

액트를 통해 이뤄진 주주제안은 이사 선임·해임, 감사 선임·해임 요청이 각각 10개 기업에 제출돼 가장 많았다. 자사주 매입 소각이 9개 기업, 집중투표제 요구가 6개 기업, 배당 관련이 5개 기업, 임원 보수 한도가 3개 기업, 무상증자 요청이 3개 기업으로 각각 집계됐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등 이화그룹 3사를 비롯한 DB하이텍, DI동일, DMS, 강스템바이오텍, 뉴지랩파마, 대양금속, 디에스케이, 삼목에스폼, 아난티, 알파홀딩스, 오로라, 캐스텍코리아, 코나아이, 포인트모바일, 한송네오텍, 휴마시스 등에 주주제안이 제출됐다.

 

상법에 따르면 의결권 없는 주식을 뺀 발행 총수의 3% 이상 보유하거나 1% 이상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주총에서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동안 소액주주가 주주제안을 위해 지분을 모으기 쉽지 않았지만, 액트나 헤이홀더 등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지분을 결집시키고 있다.

 

다만 주주제안 가결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이 가결된 확률은 2021년 1.5%, 2022년 0%, 지난해 17.1%에 머물렀다.

 

소액주주들과 회사 경영진의 법적 공방도 일고 있다. DI동일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1일 주주제안권을 행사했지만 같은 달 28일 사측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대양금속 소액주주연대와 삼보판지 소액주주들도 사측 경영진을 상대로 법적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소액주주들 모아 경영 관련 의견을 피력해온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과 소통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서 목소리를 냈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7개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주주환원책을 요구했지만, 별도 주주제안은 하지 않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을 상대로 사외·사내이사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하는 데 그쳤다. KCGI자산운용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배당·정관 변경 등 안건에서 대주주 영풍의 손을 들어줬다. 영풍은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비사이드코리아를 통해서도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행사를 호소했다. 결국 오는 19일 주총에서 8.06%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둘러싸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에 555만명에 불과했던 개인 투자자 수가 2022년 말 1441만명으로 2.6배 급증하면서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며 “주주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배당권과 의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고, 기업 인수·합병(M&A)과 자기주식의 처분 과정에서 주주들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 상폐 제도 손질한다

 

금융당국은 코스피 종목의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코스닥 상장폐지를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도 최장 4년에 이를 정도로 절차가 길어져 사실상 ‘좀비 기업’이 속출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3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당국과 유관기관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의 상장폐지 절차 단축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내 코스피 종목의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2년으로 줄이고,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존 3심제를 2심제로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정기 보고서 미제출, 감사인 의견 미달, 자본 잠식, 지배구조 미달, 매출액 미달, 시가총액 미달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적격성 실질 심사를 통해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기업심사위원회와 상장공시위원회를 통한 2심제로 이뤄지고, 코스닥은 기업심사위에 이어 1차 시장위, 2차 시장위를 거치는 3심제가 진행된다.

 

이 같은 심사 과정이 오래 걸려 3~4년 거래정지 상태로 머문 기업이 발생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주성코퍼레이션(2020년 3월부터)과 청호ICT(2021년 3월부터)가 거래정지 상태고 코스닥에서도 아리온(2020년 3월부터), 이큐셀(2020년 3월부터) 등이 같은 처지다.

 

이날 기준 코스피 17개사, 코스닥 54개사가 거래정지 상태로 상폐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만 8조2144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주가조작 세력의 타깃이 되기 일쑤고, 투자금이 묶인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상폐 절차 개선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보완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장이 저조한 기업이 제때 퇴출당하면 주주환원이 적극적인 우수 기업으로 자본이 더 몰릴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거래소 퇴출이 적극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주주환원과 관련한 특정 지표를 만들어 그 지표에 미달했을 경우에 대한 연구 단계의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주주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 정비 나섰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수와 여성 비중을 늘리는 등 이사회 정비에 나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의 후임을 속속 확정하고 있다. 이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7명 중 27명이 이달로 임기를 마친다.

 

먼저 우리금융은 송수영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 2명의 여성을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7명으로, 이 중 여성도 2명으로 각각 늘어나 여성 비율은 16.7%에서 28.6%로 높아진다.

 

하나금융은 퇴임을 앞둔 김홍진·양동훈·허윤 사외이사 대신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더불어 여성인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후보로 추천했다. 하나금융도 사외이사가 9명으로, 여성은 2명으로 각각 증가한다. 

 

신한금융은 이번주 초 주총 안건을 공시하면서 사외이사 추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외이사 수(9명)는 유지하면서 기존 2명인 여성을 3명으로 증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B금융은 이미 사외이사 7명 중 3명(42.9%)이 여성이다. 이번에 임기가 끝난 김경호 사외이사 후임으로는 한국금융연구원 이명활 선임 연구위원을 추천했다. 

 

농협금융은 기존 사외이사 7명 중 2명(28.6%)이 여성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변동 없이 사외이사 수와 여성 비중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지주의 이사회 정비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30개 핵심 원칙을 담은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발표한 바 있다. 당국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여성 이사 비중이 30~50%대에 달하며 이사 수도 두 자릿수가 일반적이라는 점을 들어 제도 개선을 촉구했었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주총 직전인 이달 중순쯤 관련 이행 계획(로드맵)을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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