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국, 진정한 음악 강국 되려면 국내 ‘클래식 리그’ 활성화돼야”

입력 : 2024-02-26 21:24:52 수정 : 2024-02-26 21:24: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몽구 재단 클래식 인재 포럼

김대진 한예종 총장 등 한자리에
영재 열광하는 사회적 현상 우려
“연주 활동만 해도 생계 가능해야”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다음에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뭔지 혹시 아시나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현대차 정몽구 재단 클래식 인재 포럼’에서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대뜸 이렇게 묻곤,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의 해답은 K(한국프로축구)리그에 있다”였다고 소개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 등 극소수 스타 연주자에 대한 인기와 주요 국제 음악경연대회(콩쿠르)에 나간 한국 연주자들의 뛰어난 성적에 기댄 ‘클래식 강국’이란 허상을 꼬집기 위한 비유였다.

지난 23일 ‘현대차 정몽구 재단 클래식 인재 포럼’에서 토론 중인 김대진(왼쪽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사무엘 윤 서울대 음대 교수. 현대차 정몽구 재단 제공

김 총장은 “(음악 영재들이) 콩쿠르에서 1등 하고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사회인으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되면 다들 교직으로 돌아온다”며 “나중에 선생이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고 솔리스트를 꿈꾸던 사람들이 그렇다. 국내에는 중견 연주자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다”고 척박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진정한 음악 강국이 되려면 “국내 (클래식) 리그, 즉 국내 연주계가 건강한 시스템이 정착되고 활성화돼야 한다”며 “(한국의 많은 음악) 영재들이 커서 연주 활동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과 성악가 사무엘 윤(서울대 성악과 교수) 역시 영재에 집착하고 열광하는 ‘영재 천국’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김 총장과 비슷한 의견을 냈다.

장 사장은 “우리가 영재라고 부르는 순간 본인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어떤 연주자가 될지 모르면서 (영재라 부르고, 이후에 보면) 관심은 멀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콩쿠르와 맞지 않는 훌륭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도 (유명) 지휘자가 발탁하거나 주요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는 체계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악 공부를 시작한 사무엘 윤은 “성악에서는 영재라는 단어 자체가 어색하다. 이런 지점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내 연주자 중) 교직 없이 연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은 1%도 안 될 것”이라며 “음악가들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음악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