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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던 봄이 폭설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는 듯하다. 또 한 번 밀려올 꽃샘추위 생각에 몸이 움츠러들기도 한다. 그래도 집 뒤뜰의 모란이 꽃봉오리를 품는 걸 보니 계절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는가 보다. 봄을 기대하면서 에두아르 마네의 ‘봄’ 그림을 마주했다.

당시 여배우를 모델로 한 봄의 한 장면이다. 마네가 화사한 꽃무늬 옷을 차려입고 양산을 받쳐 든 채 어딘가로 향하는 여배우를 그렸다. 꽃장식을 단 멋쟁이 모자도 씌우고, 옆모습으로 오뚝한 코도 강조해서 도도한 여인의 모습을 실감 있게 표현했다. 봄나들이에 발그레 달아오른 볼이 그녀의 들뜬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초록빛 무성한 잎들이 우거진 배경을 보면 봄보다는 초여름을 배경으로 한 것 같다. 봄을 기다리는 마네의 조급한 마음까지 담은 탓일까.

에두아르 마네, ‘봄’(1881)

마네는 인상주의 운동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두 가지 점에서 뜻을 같이했다. 하나는 주제에서였다. 인상주의는 무도회나 뱃놀이, 경마 등 당시 파리 중심의 도시 중산층이 즐긴 삶의 내용을 주제로 했다. 산업문명의 급속한 발전으로 유행이 빠르게 변해 나간 당시 도시 속의 생활 감정을 담아내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상주의는 도시적인 예술이었고, 마네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봄을 담기 위해 여배우의 봄나들이를 택했다.

다른 하나는 당시 아카데미 위주의 경직된 미술에 반대했다는 점에서다. 다른 인상주의자들처럼, 마네는 색의 밝고 어두움을 단계적으로 변화시켜 입체감을 나타냈던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했다. 색점들로 분해하는 모네식의 색채 묘사를 따르진 않았지만, 여배우의 옷과 장갑, 주변 풍경의 묘사에서 뚜렷한 형태감보다 거친 색채 자국이 두드러지게 해서 실체감보다 분위기를 더 강조했다.

2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심술 맞은 함박눈과 봄비가 지나간 후 대지가 숨을 고르고, 추위에 지쳤던 나무들도 봄기운을 맞으려 생기를 띤다. 오늘은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봄맞이 산책을 즐기고 싶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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