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녹진하고 달큰한 맛에 풍미 한가득… 진정한 밥도둑이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입력 : 2024-02-17 09:00:00 수정 : 2024-02-16 19:02: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포천 청진동 간장게장

2001년 청진동 해장국집으로 문 열어
2006년부터 간장게장 메뉴로 한자리
전복장·새우장도 단골들의 인기 메뉴
냄비에 바로 볶는 제육볶음 입맛 잡아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 일품인 동태탕도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음식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간장게장이다. 게장의 녹진한 맛과 간장의 달큰한 맛, 따끈한 밥에 비볐을 때 올라오는 풍미는 진정 우리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의 깊이가 아닐까 싶다.
간장게장, 전복장, 새우장

◆포천 청진동 간장게장

맛의 기억은 오래간다. 군대시절 처음 먹어보았던 포항에서의 과메기는 지금까지도 서울에서 맛보지 못하는 깊은 맛으로 기억되고 있고 어린 시절 처음 먹었던 간장게장의 비린 맛은 상당히 오랫동안 내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어린 시절 바닷가 갯벌에서 바카지라 불리는 돌게를 잡아다 게장을 담그시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의 어떤 음식도 주저 않았지만 게장만큼은 그 비린 맛의 기억 때문에 손이 가질 않았다. 독립한 후에는 어린 시절 그 비린 맛의 기억과 또 간장게장의 가격도 한몫했는데 그 가격이면 웬만한 고기집 식사 가격만큼 나오기에 평소에도 고기를 좋아하는 내게 간장게장은 외식 리스트에서 항상 소외된, 내게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음식으로 장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청진동 간장게장의 식탁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가 간장게장을 포장해 왔다. 별 생각 없이 게살과 선명한 주황빛 내장을 밥에 얹어 한입 먹어보았는데 그동안 내가 알던 게장의 맛이 아니었다. 여태 쭉 모임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양보해 왔던 그 수많은 게장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평소엔 한 공기도 채 비우지 못하는데 그날은 쌀밥 두 공기를 먹었다. 게장의 깊은 맛과 간장의 달큰한 감칠맛을 음미하며 그 간장게장 찬양을 끓임없이 하며 식사했다.

간장게장에 대한 호의적인 생각이 들 때쯤 동네에 꽤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게장 정식을 시키고 기대에 부풀어 먹어본 한입은 포장해온 그 간장게장의 맛이 아니었다. 혀끝 넘어 올라오는 싸한 비린 맛이 민감한 내 입안을 자극해 몇 입 못 먹고 애꿎은 잡채만 포식했다. 다른 이들이 잘 먹는 거 보면 분명 맛집은 분명할 터인데 말이다. 아쉬운 마음에 집에 돌아와 포장해왔던 게장집을 물으니 집에서 멀지 않았다. 주말에 바로 방문한 포천의 음식점 ’청진동 간장게장’은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는 여느 시골길에서 볼 수 있는 정감 가는 공간이었다. 간장게장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있자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모습에 놀랐다. 어머니의 가평집을 오가며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던 곳인데 여행객과 단골들로 가득차 가게에 앉아 알과 속이 꽉 찬 간장게장을 먹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식당에서 먹는 간장게장의 맛은 정말 별미였다. 정말 밥도둑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처럼 밥그릇이 순식간에 비어졌다. 따끈한 흰 쌀밥 위에 주황빛 선명한 게장을 비벼 먹으면 녹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채워지며 다시 흰 쌀밥에 손이 가게 만든다. 게딱지에 비벼 먹는 게장밥은 정말 뺏기기 싫은 욕심을 내고 싶은 맛이었다.

청진동 간장게장은 대를 잇는 곳이다. 2001년 처음 청진동 해장국집으로 문을 연 가게는 2006년부터 청진동 간장게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유학을 다녀온 아들은 어머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다 간장게장의 맛과 매력에 빠져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가게는 그렇게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키는 포천의 맛집이 되었다.

기본반찬 가자미

◆전복장과 제육볶음

청진동 간장게장은 게장뿐 아이라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전복장이나 새우장 또한 별미로 단골들의 인기메뉴다. 해산물이 싫은 이는 제육볶음을 주문하면 된다. 냄비에 즉석에서 볶아 먹는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동태탕은 손님들이 추운 겨울 가장 선호하는 메뉴다.기본 반찬으로는 가자미 구이가 나오는데 단골손님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찬이기도 하다. 간장게장만큼 매력 있는 메뉴가 또 있는데 바로 전복장이다. 전복장의 부드럽고 깊은 맛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프랑스 요리를 하며 한식을 접목하는 것을 늘 주저하면서도 이 전복장만큼은 요리에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제육볶음은 해산물을 안 먹는 분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곳의 제육볶음은 테이블 버너 위에서 직접 볶아 먹는 방식으로 고기가 익어가는 풍미, 자글거리는 소리, 끝까지 뜨겁게 먹을 수 있는 매력까지 갖춰 내게는 100점짜리 제육볶음이었다.

◆게장의 역사

신선한 게를 간장에 담가 숙성해 만드는 게장은 각 지역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의 특성 떄문인데 각 지역에서 잡히는 게들의 종류가 다양한지라 거기에 따라 맛도 방식도 다르게 발전해 왔다. 게장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단맛이나 매운맛을 조절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게장을 먹기 시작한 시기는 1600년대 이전으로 17세기에 쓰인 ‘산림경제’에 따르면 게장을 간장이 아닌 술 지게미로 절였는데 오늘날의 소금게장이라고 보면 된다.

간장게장을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다. 일단 신선한 게를 깨끗이 손질해 소금에 절인 뒤 갖은 양념을 넣고 끓여 식힌 간장에 6시간 이상씩 절이고 다시 간장만 끓여 식혀 붇는 방식으로 만든다. 요즘에는 레몬이나 허브 등을 넣어 다양한 레시피들이 나오고 있다.

 

전복 리소토

■전복 리소토 만들기

<재료>

전복 1마리, 전복 내장 10g, 마늘 3톨, 된장 10g, 쌀밥 150g, 휘핑크림 50㎖ , 치킨스톡 200㎖, 버터 1티스푼, 감태 약간, 파르메산 치즈 1티스푼, 올리브오일 약간

<만드는 법>

① 전복은 30초간 데쳐 준 후 버터에 구워준다. ②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 다진 전복 내장을 볶아준 후 향이 올라 오면 쌀밥과 된장을 넣어 준다. 쌀밥에 된장과 전복내장이 버무려지면 치킨스톡을 넣고 끓여준다. ③ 휘핑크림을 넣어 준 후 풍미를 더해주고 파르메산 치즈를 넣어 농도를 맞춰 준다. ④ 접시에 리소토를 담아 준 후 슬라이스한 전복을 올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에스파 카리나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해맑은 미소'
  • 공승연 '산뜻한 발걸음'
  • 김혜윤 '사랑스러운 볼하트'
  • 채수빈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