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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0일만 위탁 가능… 기간 늘리고 대상자 확대해야” [심층기획-서울대병원 ‘도토리하우스’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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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4 06:00:00 수정 : 2024-02-13 18: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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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센터장

“가족이 한계 느낄 때 선택지 필요
독박돌봄 해방돼야 모두 건강해져”
서울대병원 중증 아동 케어센터 '도토리 하우스' /2024.01.31 남정탁 기자

“환자를 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돌봄’의 강도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는 몰랐어요. 엄마들이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했지, 진짜 한숨도 못 잤을 거라는 생각은 구체적으로 안 한 거죠.(웃음) 만약 알았다면 (도토리하우스는)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아요.”

김민선(사진)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소아환자 돌봄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 센터장이 외래진료나 병동에서 2∼3일 만나는 환자는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이 있는 ‘완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오롯이 만날 때 아이들은 달랐다.

한 아이마다 ‘피딩펌프 잠시 멈추고 아침 약과 물’ ‘체위 잠시 정면으로 하고 기저귀 확인’ ‘침대 각도 잠시 내리고 꼬리뼈 바셀린’ ‘양치 시 고개를 옆으로 한 상태에서 침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 ‘증류수 교체’ 등 의료진의 일정은 30분∼1시간 단위로 빽빽이 기록돼 있다.

“의학적으로는 의료진이 부모님보다 부족할 게 없지요. 하지만 부모의 마음까지는 따라가지 못해요. 엄마는 말하지 않아도 아이의 표정과 분위기만으로 다 알아서 움직이잖아요.”

부모들 역시 도토리하우스 오픈 초기에는 “나 하루 편히 자겠다고 아이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없다”며 신청을 고민했다. 24시간, 365일을 코에, 목에, 그리고 배에 산소와 영양 공급을 위해 줄을 달고 있는 아이들이다 보니 일반적인 ‘베이비시터’ 고용이 불가능해 가족 장례식도, 큰 아이 입학식도, 본인의 수술도 미룬 채 말이다.

서울대병원 중증 아동 케어센터 '도토리 하우스' /2024.01.31 남정탁 기자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도토리하우스에는 전국에서 환자가 온다.

“경남에서 300∼400㎞를 달려서 오시기도 해요.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충전해서 차에서 아이 인공호흡을 해주며 6시간씩 달려오시죠. 그만큼 믿고 맡길 데가 부족한 거예요.”

100일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토리하우스는 이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기간 연장과 대상 확대다.

“도토리하우스는 위탁 가능 기간이 1년에 20일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더 길게 한두 달 이상씩 봐주는 서비스가 필요해요. 영국이나 호주 등은 이런 돌봄서비스가 잘 돼 있어 임시위탁(respite care)뿐 아니라 장기 케어까지 하고 있어요. 일본은 병원에서 단기·장기 케어가 다 가능하게 돼 있어요.”

침대방으로 이뤄진 도토리하우스에 매트 방도 만들 예정이다. 대상 확대를 위함이다. “아이가 아장아장 걷는데, 그냥 누워만 있는 아이보다 왔다 갔다 하는 아이가 더 힘들지 않냐”며 입소자 확대를 요구하는 전화가 하루가 멀다고 계속 걸려오는 상황이다.

“중증 소아환자를 돌보시는 분들이 ‘한계’라고 할 때는 다른 사람이 봐주는 옵션이 있어야 하죠.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이 무조건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해방돼야 환자도, 가족도,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병원 근무와 센터일까지 병행하며 고된 하루를 보내는 김 센터장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보람이요? 이 도토리하우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제 보람입니다.”


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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