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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으로 세상 떠난 화봉중 3학년 담임 한경화 교사의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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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17 17:50:33 수정 : 2024-01-17 21: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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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고, 딸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울산 북구 화봉중학교 3학년 담임인 고 한경화(45) 교사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남긴 사실이 전해졌다. 아내를 보낸 뒤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기자가 묻자 한 교사의 남편 손규상(45)씨는 이 같이 전하면서 “아내의 마지막 뜻이 학생들에게 잘 전해졌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고 한경화 교사. 유족 제공 

국어를 담당하던 한 교사는 지난해 5월 지병이 악화해 병가를 내고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병세가 악화돼 그 해 10월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한 교사는 중환자실에서 지낼 만큼 힘든 투병 중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유서 형식의 메모를 여러 장 남겼다. 손씨는 “처음엔 아내와 가족 모두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아내의 글도 나중에 발견했다”고 했다. 남편은 한 교사의 장례식장에서 받은 부의금 300만원을 학생들에게 전하기로 하고, 그의 근무지였던 화봉중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유족이 말하는 한 교사는 ‘열혈교사’이자 ‘다정한 선생님’이었다. 2000년 9월 교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학년 부장을 맡는 등 생전 학교 업무와 학생을 위한 교육활동에 모범을 보여 울산시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손씨는 “아내의 장례식에 온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를 통해 아내의 열정적인 학교생활을 전해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한경화 교사. 유족 제공 

화봉중학교는 올해 졸업한 3학년 학생 중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모범이 되는 학생 5명을 찾아 장학금 30만원씩을 전달했다. 내년 졸업생 가운데 5명을 더 찾아 남은 장학금을 전달한다.

 

이러한 사실은 자신을 ‘북구에 사는 할머니’라고 소개한 박모 할머니의 이메일이 기자들에게 전해지면서 알려졌다. 이메일에는 “화봉중학교에 다니는 손자가 졸업식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담임 선생님이 아파서 돌아가셨는데, 그 선생님이 (장학금을) 주셨다고 하더라”고 쓰여 있었다. 박 할머니는 “너무 감사해 (이런 사실을) 알려보고 싶었고, 지역 복지관 선생님에게 물어서 메일을 보낸다”라고 덧붙였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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