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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中경제 ‘심리의 위기’ 맞아… G2 패권경쟁, 美 승리로 일단락”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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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0 06:00:00 수정 : 2023-09-20 07: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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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침체, 경기둔화에 직접 영향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에 수출도 암운

2010년 이후 성장률 ‘3년에 1%P’ 하락
10년 후 2%대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아

習주석 ‘일대일로’ 세계 경제질서 개입
바이든 ‘對中 공동전선’으로 강력 견제

세계의 공장 중국경제가 위태롭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대형 기업의 부도사태가 꼬리를 물면서 불안과 공포가 가득하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들도 지난 4월 이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유례없는 취업대란에 비명이 터져 나온다. 성장률은 작년 3%에 이어 올해도 정부 목표치 5%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 봉쇄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며 미래성장 동력을 옥죄고 있다. 서방에서는 중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이 경제위기의 늪에 빠져든 것인가.

중국경제전문가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진다고 해서 위기라 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경제가 심리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 위원은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중산층과 부자들은 위축되고 청년층도 취업난에 불안이 크다”고 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의 경제 노선인 국가주도 경제체제와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 육성, 민영기업 축소)도 시장과 충돌하면서 중국인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위기는 이런 심리를 통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심리 불안이 실물경제를 위축시켜 경제위기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다. 미·중패권 경쟁도 미국의 승리로 일단락됐다는 게 그의 평가다. 지 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유럽을 참여시키는 대중 견제구조를 완성했다”며 “중국은 방어적, 수동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 위원은 1993년 8월 중국에 처음 간 이후 30년간 중국경제와 한·중관계를 연구해왔다. 인터뷰는 12일 금융연구원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중 간 경제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중국의 의도와 행동을 냉정하게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 위원은 “중국 당국이 최근 요소수 수출을 통제한 것이나 70여개국에 단체관광을 허용한 건 일반적 조치이지 한국에 보내는 신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중국 부동산 침체가 위험해 보인다. 그 원인은.

“부동산 문제는 나타난 현상이 두 가지다. 시장은 2022년부터 내내 좋지 않았다. 올 2분기에도 가격, 판매, 투자 모두가 마이너스다. 두 번째는 부동산기업의 위기문제인데 중국 당국이 놀라진 않는다. 당국은 단기에 급증한 부동산기업의 부채를 가장 큰 위험으로 보고 2020년 8월부터 기업마다 총량을 규제하는 3개 레드라인(三道紅線·자산부채비율 70% 미만, 순부채비율 100% 이하, 유동비율 1배 이상)을 시행했다. 헝다는 2021년 이 규제를 지키지 못해 돈줄이 끊겨 파산위기에 처했다. 비구위안은 코로나19 시기 3, 4선 중소도시에서 무리한 개발사업을 많이 벌이다 탈이 났다. 건설비가 크게 올랐고 미분양도 속출해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거품붕괴 문제를 통제할 수 있을까.

“당국은 작년 말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에도 예상과는 달리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자 당황한 거 같다. 최근 수년간 인구가 감소했고 도시화 속도도 매년 1%에서 0.5%로 뚝 떨어졌다. 전체적인 수요기반이 흔들린 것이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론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당국이 전국 주택 등기체계 구축 등을 통해 재산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자 다주택자들은 패닉(공황)에 빠졌다. 중국은 집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 비중이 40%(2019년 기준)인데 한국 15%(2021년 기준)보다 훨씬 높다. 시장은 매물 급증과 가격하락 등 침체공포가 퍼지고 부동산업체들이 위기를 겪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당국은 재산세를 건드리지 않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완화하며 수요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3개 레드라인은 풀지 않고 있는데 비용과 불안을 감수하더라도 장기 구조조정을 하려는 의지는 여전하다.”

―중국의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데.

“부동산 침체가 경기둔화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들이 이사해야 가구나 가전제품, 생활·사무용품을 사는데 이게 안 되니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나빠졌다. 세계 경제둔화로 수출도 부진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로 보수적으로 잡았는데 이마저 달성이 쉽지 않다.”

―중국경제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내려가는 건 피할 수 없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3000달러 안팎에 달한 상황에서 7∼8% 성장하는 나라는 없다. 중국은 경제가 성숙했고 초기 개발도상국 단계를 지났다. 2010년 이후 성장률은 3년에 1%포인트씩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10년 후 2%대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피크 차이나(중국 정점)’는 성장률이 5년 내 4% 정도로 떨어지면 세계성장률 수준과 비슷해지고 10년 내 2%라면 미국과 격차를 줄일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성장 둔화는 지정학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2021∼2025년 5.3% 이후 2030년까지 3.5%, 2035년까지 2.7%, 2040년 2.0%로 낮아진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성장률이 2030년대에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ADB 쪽이 맞을 거라 생각한다.”

―중국경제 부진의 근저에 ‘시진핑 리스크’가 깔려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시 주석은 집권 초기 정층설계(頂層設計: top-level design)를 강조하며 단기 경기부양을 극도로 혐오했다. 글로벌금융위기 때 대규모 경기부양이 재정부실과 과도한 기업부채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고 판단해 장기 구조조정을 중시했다. 시 주석의 경제 노선은 국가주도 경제체제와 국진민퇴로 집약할 수 있는데 시장과 충돌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시 주석과 달리 거시경제와 민생을 관리하는 리커창 전 총리의 힘은 너무 약했고 후임인 리창 총리도 독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중국인들은 당국이 성장률과 단기경제 상황을 관리해주기 바라는데 장기 구조개혁과 단기 경기관리 간 균형이 깨졌다. 경제불안에도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니 불만이 더 커진다.”

 

―시진핑 1인 체제의 반시장, 반서방 등 경직된 사회주의 노선이 경제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 주석의 국유기업 중시 노선은 통상분쟁을 일으키며 세계와 충돌했다. 정부가 국유기업에 돈을 대거나 상품을 사주고 구제도 하니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이 불공정 게임으로 글로벌 경쟁구도를 망가트린다고 우려한다. 공교롭게 2년 전 출범한 국가반독점국은 플랫폼 기업 규제에 나서 민간기업도 위축시켰다. 원래 공동부유는 실행계획이 빠진 모호한 장기비전 혹은 정치구호였는데 시장에서는 분배 중심의 반시장 정책으로 인식했던 게 사실이다. 시 주석은 2021년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두가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달성을 선언한 뒤 새로운 장기비전으로 제시했지만 올해는 아예 언급조차 안 한다.”

―미·중 간 갈등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시 주석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길을 가겠다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해 세계 경제 질서에 개입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역풍을 맞았고 미·중 갈등은 심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공동전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패권싸움의 결과는 유럽이 누구 손을 들어줬는지로 알 수 있다. 지난 5월 G7 정상회의에서 ‘디커플링(관계분리)’ 대신 ‘디리스크킹(위험감축)’ 수준에서 미국의 의도가 관철됐다.”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제재는 실효성이 있을까.

“품목별로 결과가 다르다. 미국은 반도체와 5세대(G)이동통신, 인공지능(AI)에서 대중 견제를 통해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다. 원래 선진국이 장악하고 중국이 따라가던 분야다. 화웨이가 최근 7나노급 반도체를 탑재한 첨단 스마트폰을 개발했지만 대세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애초 5G 통신기술을 막는다는 목적은 달성됐다. 최신폰 개발과 양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면 화웨이는 손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충분히 경쟁력을 쌓은 분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소용이 없다. 배터리의 경우 중국의 점유율이 작년 46%에서 올해 5월 말 52%로 높아졌다. 자동차 수출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세계 제조업의 25%를 장악하고 있다. 시장을 이기지는 못한다.”

―시 주석이 대만 무력 침공에 나설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 시 주석에게 대만 문제는 권력 강화의 수단이 아니라 권력의 리스크다. 핵심이익에 따라 무력충돌에 들어가는 순간 국제사회가 러시아처럼 중국에 디리스킹 수준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을 제재하는 나라는 미국 빼곤 없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잘못 건드려 이런 상황에 빠지면 시 주석은 공산당 내에서 권위와 권력을 잃을 수 있다. 지금도 권력이 충분히 강한데 쓸데없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시 주석이 대만 문제에 강경한 발언을 하는 것도 이런 위험을 막으려는 의도다.”

 

―윤석열정부의 친미노선이 강화하면서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설 거라는 걱정이 많다.

“보복은 상대의 행동에 대한 반응이다. 한·미동맹은 그런 게 아니다. 사드는 없던 게 새로 생긴 거여서 중국이 보복을 한 거다. 독자적이고 국가 단위에서 제재에 참여하면 중국의 보복을 각오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 정치 연대만으로는 중국이 보복할 이유가 없다. 반도체 판매 중단은 미국 법률에 따라 하는 것이지 독자적 조치가 아니다. 아직 한국은 중국에 어떤 나쁜 짓도 한 적이 없다. 우리는 약점이 많아 중국의 보복이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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