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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2회 우승에 10년 책임질 미들 블로커 유망주까지? ‘산타 박정아’의 유산 ‘도로공사 김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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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1 07:00:00 수정 : 2023-09-11 01: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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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역사에서 ‘클러치박’ 박정아(30)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1970년 창단 이후 실업배구 시절부터 우승과는 연이 없었던 한국도로공사는 V리그 출범 이후에도 가장 늦게까지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2010년 창단해 6구단으로 참여한 IBK기업은행이 창단 2년차에 우승컵을 차지하는 것도 봐야했다.

 

그랬던 한국도로공사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7~2018시즌이었다. 바로 IBK기업은행의 창단멤버로 우승 트로피를 세 차례 들어올린 박정아가 자유계약선수(FA)로 합류한 첫 번째 시즌이었다.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하자마자 팀 역사상 첫 우승을 선물한 박정아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두 번째 FA 획득한 후엔 한국도로공사에 잔류했고, 두 번째 FA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2~2023시즌엔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 우승도 함께 했다.

 

세 번째 FA 자격을 얻고선 박정아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페퍼저축은행으로 떠났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에 또 다른 큰 선물을 남겨주고 갔다. 어쩌면 한국도로공사의 가운데 코트를 10년 혹은 그 이상을 든든히 맡아줄 수 있는 미들 블로커 김세빈(18)이 그 주인공이다.

 

2023~2024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 선수 드래프트가 열린 1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이날 1순위 지명권에서 가장 많은 구슬은 페퍼저축은행의 검은색 구슬이었다. 김세진 본부장이 버튼을 눌렀고, 추첨통에서 나온 것은 검은색 구슬이었다. 그 순간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은 환호했다.

 

페퍼저축은행의 검은색 구슬이 나왔는데, 한국도로공사가 환호한 이유는 두 팀이 비시즌 간 1라운드 지명권을 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박정아를 영입했고, 그에 따른 보상선수를 내주는 과정에서 주전 세터 이고은을 보호선수로 묶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보상선수를 고르는 방향성은 두 가지다. 팀 내 포지션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보호선수로 묶이지 않은 선수 중 기량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를 고르는 것. 두 번째는 팀에 필요한 자원을 고르는 것. 한국도로공사의 선택은 전자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이고은을 보상선수로 지명해 데려왔다. 박정아를 데려와 놓고 정작 그에게 안정적으로 공을 올려줄 주전 세터를 하루아침에 잃어 급해진 페퍼저축은행은 미들 블로커 최가은과 이번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다시 이고은과 도로공사의 2라운드 지명권을 가져왔다. 그래서 페퍼저축은행의 전체 1순위 지명권은 도로공사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이번 드래프트 참가자 중 ‘최대어’는 김철수 한국전력 단장과 과거 한일합섬의 전설적 선수였던 김남순씨의 차녀인 김세빈(한봄고). 1m87의 이번 드래프트 참가자 중 최장신인 김세빈은 미들 블로커로서의 기량이 출중하다는 평가다.

 

당연히 한국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단상에 올라 김세빈을 전체 1순위로 호명했다. ‘클러치박’ 박정아가 한국도로공사에게 V리그 우승 두 번에다 김세빈이라는 최고의 유망주까지 안겨주고 떠난 셈이다. 도로공사는 ‘산타 박정아’라고 불러도 좋을 법 하다.

 

드래프트를 마치고 인터뷰장에 들어선 김종민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질 틈이 없었다. 이고은 트레이드 때 받아온 1순위 지명권이 계획대로 김세빈으로 치환됐기 때문이었다. 그는 “체력만 된다면 김세빈은 잘하든 못하든 코트에 세워서 무조건 기회에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아의 선물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김종민 감독은 웃으면서 “(박)정아가 저희 팀에 있으면 더욱 좋죠. 그래도 가면서 좋은 선물을 줘서 고맙다. 대표팀 일정이 끝나면 정아에게 밥 한번 사야겠다”고 말했다.

 

7개 구단 감독들의 인터뷰가 끝나고 선수 인터뷰가 시작되고, 1순위답게 가장 먼저 인터뷰장에 들어선 김세빈은 프로 첫 인터뷰에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1순위로 뽑힐 것 같다고 말을 해주긴 했는데, 그래도 아닐 수도 있으니까 긴장이 됐다. 제 이름이 호명된 순간엔 실감이 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세빈 본인이 꼽은 스스로의 장점은 공격 능력이었다. 그는 “제 장점은 속공을 때릴 때 손목 스냅이 빠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로공사에서는 블로킹 리딩을 좀 더 배워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직 19살의 어린 나이지만, 김세빈은 사회 생활에도 능한 멘트를 남겼다.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한국도로공사의 간판 스타인 미들 블로커 배유나의 이름을 댔다. 그는 “배유나 선수를 보면서 멋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왔다”라면서 “팀 훈련을 하면서 배유나 선수의 모든 플레이를 하나하나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김세빈은 부모님 모두 경기인 출신이다 보니 스포트라이트가 더 쏟아진 측면도 있다. 이러한 관심에 대해 김세빈은 “많은 분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것 역시 저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하고 이겨내려 한다”면서 “부모님이 뛰는 영상을 봤다. 엄마의 공격력과 아빠의 블로킹 감각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한테 칭찬과 쓴 소리를 함께 많이 해주신 부모님, 두 분 덕분에 제가 이렇게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게 됐다. 감사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체 1순위에게는 자연스럽게 신인왕 1순위라는 칭호도 부여된다. 신인왕 욕심나느냐는 질문에 김세빈의 대답은 딱 한 글자였다. “네”


메이필드 호텔=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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