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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유서(長幼有序). 유교 도덕 사상의 근본인 오륜(五倫) 중 하나로 어른과 아이 사이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유독 나이에 민감하다. 어디를 가도 형, 동생을 따진다. 나이는 모든 사회질서에서 중요한 서열을 매기는 척도다. 나이를 먹을수록 연륜이 묻어난다지만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비난을 받는 일도 늘어난다. 통념이나 규율을 모조리 무시하는 개념없는 행동과 언행을 보여줄 때 ‘나잇값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사회에서 독특한 나이문화는 이른바 ‘빠른년생’이다. 1∼2월에 태어나서 학교를 일찍 들어가다 보니 학교에서 친구였다가 사회생활에서는 형, 동생으로 자리가 바뀐다. ‘족보가 꼬인다’는 말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맥주라도 마실라치면 빠른년생들은 술집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滿) 나이’로 통일하는 개정 행정기본법과 민법이 28일부터 시행됐다. 전 국민의 나이가 한두 살 어려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나이 셈법이 복잡했다. ‘만 나이’를 빼고 출생과 동시에 1세가 되고 이후 연도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한국식 나이’와 출생 때를 0세로 하고 해가 바뀌면 한 살을 더 먹는 ‘연 나이’가 혼용됐다. 전 세계 외신들조차 한국에 3개의 나이 계산법이 존재해온 사실에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유학생·이민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갔다가 돌아오면 2년 젊어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선거권, 연금수급시점, 정년연령 등 민법·형법 체계는 기존부터 만 나이가 적용돼왔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다. 다만 혼란을 줄이기 위해 취학연령, 병역의무, 공무원시험 응시 등은 1일1일을 기준으로 한 연 나이가 유지된다. 새로운 나이 체계가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식 서열문화를 완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조선 시대에는 ‘상팔하팔’이라고 해서 위아래 8살 차이 친구를 먹었다고 한다. 절친으로 수많은 일화를 남긴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도 다섯 살 차이다. 가수 김용임은 “오늘이 가장 젊은날∼”이라고 노래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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