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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내전에 젖먹이 고아들도 영양실조·탈수 등 고통… 6주새 50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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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30 16:15:31 수정 : 2023-05-30 16: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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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날, 창 밖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어린 아기들을 창문에서 멀리 떨어진 바닥에 눕혀 재웠다. 밖에서 전투가 계속되자 퇴근했던 보모와 자원봉사자들은 돌아올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부족했던 손길이 더욱 모자랐다. 전기도 수시로 끊겼다. 선풍기와 에어컨이 멈추면 방 안은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워졌다. 각종 장비의 소독도 불가능해졌다. 2명, 3명, 4명…. 죽음의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난 26일에는 아기 13명의 숨이 멎었다. 사인은 영양실조, 탈수, 감염 등이었다.

 

군벌 간 내전이 한 달 반 넘게 이어지고 있는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 있는 국영 마이고마 보육원에서 최근까지 최소 50명의 아이가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대부분은 돌이 채 되지 않은 젖먹이 아기였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비르 압둘라 박사는 로이터와 통화에서 “3시간마다 젖(분유)을 먹여야 하지만 아무도 없다”며 “정맥주사를 놓아보기도 했지만 대부분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르툼 중심부 3층짜리 건물에 있는 마이고마 보육원은 여전히 위험 속에 놓여 있다. 압둘라 박사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보육원이 위치한 곳에 공습과 포격이 가해졌다. 인근 건물에서 폭발이 일어나 아이들을 방 하나에 모두 모아야 했다.

 

마이고마는 1961년 설립돼 1년에 수백 명의 아이를 수용하고 있다. 무슬림이 많은 수단에서 혼외 출산은 터부시된다. 그런 이유로 길거리에 버려진 아기들이 이곳에 온다. 5세 미만 아이 약 400명이 이곳에 수용돼 있다. 공간이 부족해 침대 하나에 두세 명의 아기를 눕히기도 한다. 보통 보모 1명이 5명의 아기를 돌보지만, 이곳에서는 20명씩 돌본다. 인력 부족 때문이다.

 

마이고마에서 일했던 한 의사는 “난 이곳에서 보모이자 간호사, 의사였다”며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다른 아이에게 항생제를 투여하고, 또 다른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탈진과 고열로 쓰러져 내전 발발 나흘 만에 보육원을 떠났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신이시여, 최선을 다하지 못한 우리를 용서해 주소서.”

 

압달라 아담 박사가 수단 수도 하르툼의 마이고마 보육원에서 신생아에게 젖병을 물리고 있다. 이 아이는 며칠 뒤 숨을 거뒀다. 보육원 측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내전은 보육원의 부담을 더욱 키웠다. 다른 보육센터 두 곳에서 수십 명의 아이들이 이동해왔고, 병원은 마이고마가 치료를 의뢰했던 아기 10여명을 돌려보냈다. 아기들은 지저분한 기저귀를 차고 있어 피부 발진, 감염, 발열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번 달 들어서는 43도에 달하는 혹독한 더위도 찾아왔다. 

 

온라인으로 호소도 해봤지만, 새로 들어온 자원봉사자 중에 소아과 의사는 없었다. 압둘라 박사는 “하르툼 전체가 군사 지역이라 밖에서 돌아다니기가 힘들다”고 했다.

 

마이고마를 위한 후원금을 모으는 한 단체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우리는 매일 아기를 잃고 있습니다.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 같은 증상. 고열. 4시간이 지나면 무고한 영혼이 신의 품으로 떠납니다.”

 

이곳에서 숨진 아이들은 내전의 또다른 희생양이다. 지난달 15일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 정부군과 모하메드 다갈로 사령관의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조직 통합 문제로 갈등을 빚은 끝에 사실상의 내전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수단에서는 7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 명이 부상했다.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 등 사망자를 집계할 수 있는 정부기관의 작동도 멈춘 지 오래다. 피란민도 140만명에 달한다.

 

하르툼에서는 공항, 공장, 은행 등이 약탈당하거나 부서졌고 의약품과 의료장비도 부족한 상태이다. 전투 지역에 위치한 병원은 3분의 2 이상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수단 인구는 내전 발발 전 1600만명에서 현재 2500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양측의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은 지난 22일 밤 9시45분부터 1주일 기한으로 시작된 휴전이 만료되기 직전에 양측이 협정을 닷새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러나 양측이 지금껏 빈번하게 휴전 합의를 깼던 만큼 실효성에는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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