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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역대 대통령 최초로 검찰 ‘기소’…머그샷 찍고 수갑 찰까

, 이슈팀

입력 : 2023-03-31 07:41:02 수정 : 2023-03-31 09: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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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막음 대가 지불 과정서 ‘기업문서’ 위조 혐의
기소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항의하라’ 선동
“수갑 찬 모습 공개 원해…정치 기회 삼으려”

미국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미국의 전직 또는 현직 대통령이 형사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포르노 배우의 성관계 폭로를 입막음하기 위해 13만달러를 지급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형사 기소된 일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피고인들이 거쳐야 하는 모든 기소 절차를 그대로 따를지에 관심이 모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한 전직 포르노 배우가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과거 성관계를 폭로하려 하면서 불거졌다.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는 지난 2006년 7월 네바다주의 한 골프장에서 트럼프와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해왔다.

 

본명이 ‘스테파니 클리퍼드’인 대니얼스가 언론 매체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대선 직전 대니얼스와 만나 침묵을 지켜달라며 13만달러를 대가로 지불했다.

 

당초 코언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준 합의금이라며 트럼프 측과의 관련성을 부인했으나, 나중에 ‘트럼프의 명령에 따라 지급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사를 통해 코언에게 13만달러를 변제하면서 이를 ‘법률 자문 비용’으로 기재했다.

 

기업 문서 위조는 뉴욕주 법률을 위반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는 경범죄에 불과하다.

 

중범죄로 기소하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른 범죄를 감추기 위해 기업 문서를 조작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이러한 행위의 선거법 위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유권자들에게 과거 성 스캔들을 알리지 않기 위해 합의금을 주고 회사 문서를 위조함으로써 그 사실을 감춘 혐의는 중범죄로 기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취임 초기만 해도 트럼프 기소에 대해 소극적이던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은 지난 1월 말 대배심을 구성해 코언을 비롯한 주요 증인들의 증언을 청취하는 등 기소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기소가 임박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자신이 ‘21일 체포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배심 회의가 지연되면서 30일 기소가 결정됐다.

 

사진=AF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듯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제로 구인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미 언론과 관련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트럼프 측 변호인도 그가 통상적인 사법 절차에 순응할 것이라고 밝혀 제 발로 검찰청과 법원에 출석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가 검찰과 법원 출석을 거부하지 않는 한 체포영장은 필요 없다.

 

변호인단은 검찰과 협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석 날짜를 조율하게 된다.

 

기소 인정 여부를 묻는 법원의 심문 절차를 위한 피고인 출석 기한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통상 기소 후 하루나 이틀 내에 출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더 지연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경우 이번 주 안에 곧바로 출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항의하라’고 선동했다는 점이 변수다.

 

검찰이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나 폭동 가능성을 염려해 속전속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석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맨해튼지검에 자진해서 출석하더라도 그 즉시 공식적으로는 절차상 체포되는 것이라고 앞서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개했다.

 

검찰청에서 그는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스캔하며 유전자를 채취당하는 것은 물론 법적 권리 등을 알리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절차(arraignment)를 위해 맨해튼 지방법원으로 이동한다.

 

보통 중범죄로 기소되면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을 지나 법정으로 향하는 것이 관례인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엄중한 경호를 받는 신분이라는 점에서 이 과정을 생략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번 기소를 정치적 기회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서겠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WSJ은 트럼프 측은 맨해튼의 배심원들이 정치적 이유로 불공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아예 맨해튼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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