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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짬낸 직장인, 수업 제친 학생들… “반갑다 벚꽃”

입력 : 2023-03-30 18:51:37 수정 : 2023-03-30 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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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노마스크 봄 풍경

“버스 타고 세 정거장을 왔어요”
유명 숲길마다 도시락족·셀카족
휴가 내고 꽃구경 온 외국인들도

온난화 여파 개화 시기 앞당겨져
이대로면 ‘2월 벚꽃축제’ 가능성
1일부터 여의도 벚꽃길 교통통제

“벚꽃을 보러 회사에서 버스 타고 세 정거장을 왔어요.”

30일 낮 12시, 서울 성동구 서울숲공원. 화창한 날씨 속 숲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 홍동표(32), 김혜나(29), 황정민(31)씨는 김밥과 과일이 가득 담긴 3단도시락을 펼쳤다. 회사를 벗어나 잠시나마 봄날의 여유를 즐기며 이들은 “점심시간 좀 늘려주면 좋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난 회사원 김다은(29), 권예림(29), 차준형(27)씨도 “점심을 벚꽃 아래서 먹으니 더 맛있다. 맥주 한 잔 있으면 완벽하겠다”며 웃었다.

30일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를 산책 나온 시민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다음달 4∼9일 여의도 봄꽃축제가 열리는 가운데 서울시는 1일부터 여의서로 벚꽃길 교통 통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최상수 기자

벚꽃의 계절이다. 3월 말임에도 연분홍빛 벚꽃과 노란 개나리가 곳곳에 피었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은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벚꽃 산책을 즐겼다.

반려견과 산책에 나선 이들도 중간중간 멈춰 카메라에 풍경을 담았다. 반려견 ‘뭉치’와 산책을 나온 대학생 커플 서영빈(20), 김민서(20)씨는 “수업과 과제로 바쁘지만 벚꽃은 빨리 지니깐 이때를 놓치면 안 돼서 수업을 빠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산공원도 이르게 핀 벚꽃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평일 낮부터 붐볐다. 태어난 지 6개월 된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온 박서현(34)씨는 “지난해에는 벚꽃을 보러 나오지 못했는데 올해는 아이가 태어나서 같이 산책을 나왔다”고 말했다.

벚꽃을 처음 본 외국인 관광객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연신 벚꽃 사진을 찍었다. 벚꽃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한국에 왔다는 말레이시아인 누룰(26)씨는 “한국드라마와 예능에서 벚꽃을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예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오전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 윈휴풍앵(28)씨와 황투항(29)씨도 “사람들이 ‘지금 한국에 가면 벚꽃을 봐야 한다’고 했다”면서 “드라마에서 본 남산공원 벚꽃을 직접 볼 생각에 설레서 도착하자마자 짐만 내려놓고 바로 나왔다”고 전했다.

기후변화로 의도치 않게 벚꽃 구경의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3월부터 벚꽃이 피며 꽃구경을 서둘렀다는 시민도 있었다. 제영자(80)씨는 “봄꽃이 피는 한 해의 시작이 참 좋다”며 “벚꽃이 빨리 보러 오라고 부르는 것 같아 바삐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벚꽃 개화일은 2020년대 들어 확연하게 빨라졌다. 국내 벚꽃 개화일 관측은 1922년 시작됐다. 100년 전인 1923년 서울(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기준) 벚꽃 개화일은 4월24일이었다. 3월25일 공식 개화한 올해(평년 4월8일)와 비교하면 한 달가량 늦다. 이후로도 1931·1933·1956·1965년 등에 4월 하순인 4월21일 개화했다고 기록되는 등 벚꽃은 ‘4월의 꽃’이었다. 2014년(3월28일 개화)만 제외하고 2019년까지 늘 4월 초·중순에 개화한 벚꽃은 2020년 3월27일에 폈고 2021년에는 역대 가장 빠른 기록인 3월24일 폈다.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서 관광객이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대표적인 벚꽃 군락지인 여의도 윤중로도 마찬가지로 개화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영등포구는 이른 개화로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다음 달 4∼9일 예정인 여의도 봄꽃축제에 앞서 31일부터 사전 질서 유지에 나서고 다음 달 1일부터 여의서로 벚꽃길 교통통제를 실시한다.

이대로면 3월이 아닌 ‘2월 벚꽃’ 축제를 보게 될 수도 있단 전망까지 나온다. 기상청이 지난해 발표한 ‘봄꽃 3종 개화일 전망 분석’에 따르면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이번 세기말이면 대표 봄꽃인 개나리, 진달래와 함께 벚꽃 개화 시기가 평균 25일, 지역에 따라 많게는 30일가량 당겨질 수 있다.


박유빈·조희연·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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