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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설표(雪豹·눈표범)’, ‘현대판 히틀러’, ‘터미네이터’처럼 섬뜩한 별명이 많다. 푸틴은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불량 학생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자신보다 덩치 큰 소년들과 싸움을 하기 일쑤였고 이들을 이기기 위해 권투, 격투기와 유도까지 배웠다. 그는 훗날 “레닌그라드 거리에서 싸움이 불가피하다면 먼저 주먹을 날려야 한다는 규칙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푸틴은 어린 시절 다진 강인한 생존력과 호전성을 밑천 삼아 비밀정보기관 KGB 요원 시절 빛을 발했고 급기야 대통령이 됐다. 그는 권좌에 오른 후 4차례나 전쟁을 벌였다. 1999년 총리에 취임하자마자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 무자비한 포격을 가했다. 그로즈니는 폐허로 변했고 최대 8만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은 체첸 학살극을 정치자산 삼아 대통령직에 올랐다. 2008년에는 조지아를,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침공했다.

푸틴이 작년 2월부터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욱 참혹하다. 이미 양국 군인 사상자가 20만여명에 이르고 약 1만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민간인 대량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 푸틴에 대해 점령지에서 아동을 자국으로 불법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 책임을 물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유엔은 러시아군이 아동 70만명을 포함해 우크라인 290만명을 강제 이주시킨 것으로 추산한다. 민족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의도다.

푸틴은 체포영장 발부 하루 만에 이를 조롱하듯 전쟁범죄의 현장인 돈바스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많은 아동이 납치됐고 러시아군의 극장 포격으로 최소 600명이 숨지는 참사까지 벌어졌다. 잔혹한 독재자의 광기에 소름이 돋는다. 안타깝게도 푸틴을 헤이그 법정에 세우기는 쉽지 않다. ICC는 자체 경찰력이 없어 해당 국가의 도움 없이는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인륜적 전쟁범죄를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나치 전범도 국제재판을 통해 단죄하지 않았나.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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