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도 레오파르트2 제공 결심했다고 언론들 보도
"중전차 보내달라" 외친 우크라 '천군만마' 얻어
미국과 독일이 나란히 자국 주력 탱크(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이란 보도가 두 나라 언론에서 거의 동시에 나와 주목된다. 그간 여러 이유를 들어 중(重)전차 제공에 난색을 표해 온 양국이 “우리 국민이 죽어간다”는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호소, 그리고 “서방이 분열해선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 앞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애초 미 국방부는 M1 에이브럼스는 운용과 보수가 까다로운 탓에 당장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제공에 부정적이었다. 우크라이나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M1 에이브럼스에는 크게 미련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독일의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 탱크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M1 에이브럼스 지원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레오파르트2를 보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미국이 M1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간 dpa 통신, 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 탱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자국산 레오파르트2 전차를 보유한 다른 서방 국가들이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도록 재수출도 허용하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폴란드를 필두로 핀란드, 덴마크 등 레오파르트2를 주력 전차로 쓰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이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 레오파르트2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우리 군에 꼭 필요하다”며 탐낸 기종이었다.
그러나 레오파르트2 전차 생산국인 독일에서 ‘재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독일은 자국산 주력 전차를 전장에 보내는 행위가 러시아를 자극하고 분쟁을 확산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이 중전차 제공을 주저하는 사이 우리 국민들만 죽어간다”고 직설적으로 호소했다. 역시 EU 회원국인 에스토니아의 카야 칼라스 총리는 “독일이 유럽의 맹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여기에 미국도 자국 주력 전차 M1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 역시 최종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레오파르트2는 동서 냉전 시절 소련(현 러시아)과 동독의 침공 위협에 시달리던 서독에서 만들어졌다. 승무원은 4명이고 중량은 67t으로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러시아 탱크보다 무겁다. 두터운 장갑과 더불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인 120㎜ 주포를 갖추고 있다.
운용 방법이 다른 전차들에 비해 간단하고, 디젤 연료를 사용해 연료 소비가 효율적이기 때문에 ‘명품 탱크’로 불렸다. 독일 육군은 물론 유럽 각국이 자국의 주력 전차로 채택하면서 나토 지상군의 핵심 병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운용과 보수가 까다로운 M1 에이브럼스와 달리 조작이 간편한 레오파르트2는 우크라이나군에 즉각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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