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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커피는 마음이다 [박영순의 커피 언어]

입력 : 2022-11-26 17:00:00 수정 : 2022-11-25 18: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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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덕분에 ‘카타르 커피’의 진면목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카타르는 인구 300만명에 경기도만 한 작은 땅이지만 세계가 부러워하는 커피 문화를 조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걸프만에 접한 4개의 형제 나라와 함께 ‘너그러움의 상징, 아랍 커피’를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렸다.

FIFA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의 거리에 설치된 대형 월드컵 마스코트 ‘라이브(La eeb)’. 왼손으로 커피가 든 ‘달라’를 ‘핀잔’에 담는 모습이다.

앞서 쿠바와 콜롬비아는 커피 재배 전통을 수호하고, 튀르키예는 500여년 커피 추출을 전승하고 있는 가치를 각각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비해 아랍 커피는 “커피 자체보다는 커피를 활용한 인간의 행위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결이 좀 다르다. 그중에서도 카타르는 척박한 땅을 개척하는 고난의 과정에서 커피가 큰 위로가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6세기 페르시아만을 통째로 지배했던 포르투갈이 카타르만은 도저히 살 수 없는 땅이라고 여기고 정복을 포기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5만여년 전 석기시대부터 인류가 발을 딛고 살아온 곳이다. 기원전 10세기 아라비아반도 남부를 통치했던 시바의 여왕이 커피 향기로 솔로몬을 침실로 유혹했을 때도, 7세기 초 동굴 수행 중 죽을 고비를 맞았던 무함마드를 커피가 살려냈을 때도 카타르인은 거친 땅을 살아갔다.

왜 ‘카타르(Qatar)’라고 불렸는지, 어원을 명확하게 밝힌 하나의 이야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작은 물방울이 떨어진다’는 아랍어 동사 ‘카타라’에서 유래했다는 견해와 재를 의미하는 타르(tar)를 뜻하는 ‘카트란’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종합하면, 카타르는 커피와 함께 할 운명이다.

아랍 커피는 전통적으로 손님이 보는 앞에서 준비하는데, 우선 커피 생두를 커다랗고 평평한 철제 팬 위에 놓는다. 팬을 불 위에 올려놓고 볶으면서 끝이 둥글고 작은 철제 도구를 이용해 커피가 타지 않도록 저어준다. 볶는 시간은 양에 따라 다르지만 5∼6명이 마실 정도라면 통상 15∼20분 걸린다. 볶은 콩을 구리로 만든 절구에 넣고 구리로 만든 절굿공이로 빻는다. 이때 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노래를 부른다. 이어 커피 가루를 달라(Dallah)라고 불리는 커다란 구리 주전자에 넣고 물을 부어 함께 끓인다. 한 번 끓여 거품이 오른 커피는 보다 작은 달라에 옮겨 담은 후 60∼90㎖ 용량인 작은 핀잔(Finjan)에 따라 손님에게 대접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많은 외신이 마스코트 ‘라이브(La eeb)’가 달라를 들고 핀잔에 따르는 조형물을 타전하면서 “아랍의 커피는 카타르 사람의 관대함을 돋보이게 한다”고 전했다.

먼 옛날 베두인들에게 고독한 사막에서 만나는 사람을 배려하고 환대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었다. 친구가 되려면 자신이 가진 가장 귀한 것을 나누어야 한다. 무함마드를 살린 음료로서, 그것을 몸에 담은 자는 지옥불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무슬림에게 커피는 목숨만큼 소중했다. 커피는 누구에게는 향기가 되고 누구에게는 휴식과 명상이 되지만, 카타리(Qatari)에게는 상대를 존중하는 지극한 마음을 정성스럽게 꺼내 보일 수 있는 징표였다. 아랍에서 커피는 마음이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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