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완화 관련 조치 발표
3분기 0.3% 성장, 가시밭길 예고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대통령실 참모 등이 의견을 주고받는 회의 전체를 국민에게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전 각본이나 리허설도 없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경제 활성화 추진전략 점검을 하고 함께 논의하는 회의”라고 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국민에게 알려 공감을 얻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회의가 짜임새 있게 진행되진 않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 등에 관해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 대해 투기지역에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완화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제한 기준선을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조정하고, 내달 중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추가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경제위기 상황에 관한 비상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이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의 개선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은 국민의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민간소비·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앞으로의 경제성장은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4분기에 경기둔화가 뚜렷해지고 내년 들어선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 체감경기는 악화일로다. 한은의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전산업 업황 BSI(실적)는 76으로, 1년8개월 만에 최저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가 줄을 잇는다. 게다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의 여파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11월부터 3개월간 은행의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포함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27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 등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약 6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유동성 지원은 시급한 과제지만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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