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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해 쓰겠다”… 4조원대 회사 지분 100% 기부한 회장님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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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5 18:00:20 수정 : 2022-09-16 02: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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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창업주 파격 결정 화제

기업 소유권 환경단체에 이전
年 1억弗 수익도 기후변화 사용

낡은 옷 입고 휴대전화도 없어
판매 제품엔 친환경 재료 사용
주한미군 때 북한산 암벽 등반

“소수의 부자와 셀 수 없이 많은 빈자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형성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인 이본 쉬나드(83·사진) 회장 일가가 4조원이 훌쩍 넘는 가치의 기업 소유권을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넘겼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부호가 모든 지분을 미련 없이 사회에 환원한 파격적인 결정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쉬나드 회장 부부와 두 자녀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환경보호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발표된 파타고니아의 새로운 소유주는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Patagonia Purpose Trust)’와 ‘홀드패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로 쉬나드 일가가 만든 비영리 조직이다.

◆지난달 지분 이전 완료… 세금 혜택도 안 받아

비상장 기업인 파타고니아에서 쉬나드 일가가 소유한 지분 가치는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매년 1억달러(약 1390억원)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영업이익도 전액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쉬나드 회장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기부할 것”이라며 “회사 지분을 비상장 상태로 100% 기부하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기업문화를 지켜나가면서도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파타고니아는 앞으로도 영리 민간 기업으로 운영되지만 지난달까지 이 기업의 주인이었던 쉬나드 회장은 더 이상 파타고니아를 소유하지 않는다.

쉬나드 가족은 8월 전체 주식의 2%에 해당하는 모든 의결권 있는 주식을 새로 설립한 법인에 취소 불가능한 조건으로 이전 완료했다. 신탁은 쉬나드 가족과 가장 가까운 고문이 맡으며, 파타고니아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사업을 운영하고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식을 신탁에 기부한 쉬나드 일가는 세금으로 약 1750만달러(약 243억원)를 낸다.

나머지 보통주 98%는 홀드패스트 컬렉티브에 기부했다. 이 비영리 조직 또한 세금 혜택을 받지 않는 유형에 속한다. 쉬나드 회장 사회 환원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도운 금융기관 관계자는 “파타고니아가 회사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기꺼이 감수한 비용이었다”며 “자선 기부금에 대한 세금 공제 등 혜택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자선사업 전문매체 인사이드 필란트로피 창립자인 데이비드 캘러핸은 “쉬나드 일가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개 약속하는 ‘더 기빙 플레지’ 회원들조차 이 정도는 아니다. 그들은 매년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가장 검소한 억만장자… 컴퓨터·휴대전화도 없어

1938년 미국 메인주에서 태어난 쉬나드 회장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암벽 등반 1세대이다. 한때 자동차에서 생활하고 고양이 통조림을 먹을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지만, 직접 제작한 등반 장비로 암벽 등반인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졌다.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시절엔 북한산 암벽 등반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제대 후 ‘쉬나드 장비’라는 회사를 설립해 등산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환경보호에 대한 이상을 실현하려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쉬나드 회장은 미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억만장자 명단에 오른 뒤에도 검소한 생활을 고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낡은 옷을 입고, 저가 자동차를 타며, 컴퓨터와 휴대전화도 쓰지 않는다. 대신 판매 제품은 유기농·친환경 재료만 사용했고, 하청업체 직원 복지까지 신경 썼다. 적자가 나는 해에도 빠짐없이 매출 1%를 기부해왔다. 경쟁사보다 원가가 높아 소비자가격도 높았지만 매출은 꾸준히 늘었다.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쉬나드 회장에게 측근들은 파타고니아를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라고 권고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했다. IPO 시 수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원 복지와 환경보호라는 기업문화를 지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쉬나드 회장은 “앞으로 50년간 회사가 옳은 일을 할 이상적인 방안을 찾았기 때문에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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