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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투닷’ 품은 현대차, SW 역량 강화…모빌리티 주도권 꽉 잡는다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22-08-22 06:00:00 수정 : 2022-08-20 08: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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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SW 개발 인력, 포티투닷 주축으로 모여 / 현대차 TaaS 본부장 겸임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에 통합 작업 맡겨 / 미래 모빌리티 게임체인저는 자율주행…글로벌 완성차 SW 전쟁중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나선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모셔널 설립 등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해온 현대차는 포티투닷을 주축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사내 설명회를 열고 모빌리티 서비스를 총괄하는 TaaS본부와 인공지능(AI) 기술 전담 조직 에어스(AIRS) 컴퍼티의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SW 기능을 포티투닷으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현대차는 포티투닷 인수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SW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공시했다. 글로벌 SW 센터는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 개발 체계로 조기 전환하기 위한 포석이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향후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한 현대차는 글로벌 SW 센터를 구축해 기존 개발에 의존하지 않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하는 등 과감한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가 품은 ‘포티투닷’은? 시리즈A 사상 역대 최고 1040억 투자 유치

 

포티투닷은 네이버랩스 대표 겸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의 송창현 대표가 지난 2019년에 설립한 도심형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포티투닷은 비싼 라이다 대신, 풀스택(full-stack·차체 개발 센서 및 운영 시스템과 하드/소프트웨어 전반) 형태의 접근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중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설립 초기부터 알고리즘, 경량화 지도, AI 가속기, 하드웨어 플랫폼 등 기술 성능은 높이고 비용은 낮춰 양산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모든 것이 스스로 움직이고 끊김 없이 연결된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에 따라, 이에 맞춘 도심형 통합 자율주행 솔루션 ‘유모스’(UMOS, 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 구현에 주력하고 있다. 유모스에는 자율주행 센서 및 소프트/하드웨어 등 시스템 전반 ‘에이키트(AKit)’와 최적의 이동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탭(TAP!) 이렇게 두가지 핵심 기술이 들어간다.  

 

이같은 비전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포티투닷은 지난해 말 시리즈A(첫 번째 기관 투자)에서 1040억 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1530억 원이다. 이는 시리즈A 기준 국내 스타트업 최다 투자 유치액이다.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도 시리즈A 기준으로 1천억 원대는 최상위 수준이다. 

 

포티투닷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100대 이머징 자이언트(Emerging Giant) 가운데 4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는 아시아태평양 12개국에서 5억 달러 가치로 평가되는 6472개의 기술 스타트업을 조사해 '아시아태평양 이머징 자이언트 동향 (Emerging Giants in Asia Pacific)' 보고서를 만들었다. 100대 이머징 자이언트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은 농수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Tridge·10위), 산업용 로봇 제조기업 두산로보틱스(79위), 그리고 포티투닷 이렇게 단 세 곳만 순위에 올랐다. 

 

◆자율주행 유상운송 1호 면허 획득 동시에 운송 플랫폼 단독 선정

 

포티투닷은 자율주행업체 최초로 국내 유상 운송 1호 면허를 받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상암에서 전체 시민 대상으로 자율주행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업체의 자율주행차량을 통합 호출, 배차할 수 있는 자율주행 운송 플랫폼(TAP!) 사업자로도 단독 선정되기도 했다. TAP! 앱으로 자율주행차를 부르면 승객과 가장 가까운 승차 정류장으로 차량이 배차된다.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다른 업체의 자율주행차도 이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모빌리티의 모든 답 함께 찾자” 대표가 직원 면접, 철저한 테스트 

 

“인재 채용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스타트업계에서 포티투닷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개발자 구인난으로 일부 중소 규모의 스타트업은 아쉬운대로 뽑기도 하는 반면, 포티투닷은 오히려 채용을 늘리고 그 과정마저 강화했다.

 

스타트업 및 채용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티투닷은 최대 9번의 면접 및 단계별 전형이 진행된다. 직군에 따라 과제도 주어진다.

 

업무역량 중심의 검증도 철저히 하지만, 지원 동기 및 비전. 포부까지도 본다. “모빌리티에 관한 모든 답을 찾겠다”는 회사의 이념에 공감하고, “모든 것이 스스로 움직이고 끊김없이 연결되는 세상을 만든다”는 미션과 함께 할 준비가 됐는지 시험하기 위해서다. 혹독한 질문 세례, 압박 면접은 남들이 이미 간 길이 아닌, 세상에 없던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줄 사람을 뽑는 과정인 셈이다.

 

혹독한 채용 과정에도 포티투닷에는 개발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출신은 물론 GM 크루즈 등 글로벌 개발자들도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지금도 글로벌 빅테크 출신이 채용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 가치를 측정할 때,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재가 얼마나 모여드는지 주목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그 회사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엔지니어들이 가장 높다는 이유에서다. 포티투닷 직원 200여 명 가운데 70%가 개발자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4월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본부’를 새로 설립하고 초대 본부장으로 포티투닷 송창현 사장을 영입했다. 정의선 회장이 송 사장에게 보내는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래차 패권, 자율주행에 달렸다!" 글로벌 주도권 전쟁 본격화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이 기존 자동차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모빌리티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차량의 서비스화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 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운전자에서 승객으로, 운전에서 ‘이동하는 공간’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핵심이다. 자동차 업계 경쟁이 기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지는 주된 이유다.

 

2010년대 모바일 시장에서 노키아, 모토로라 같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잃고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자동차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 산하 벤처투자조직인 도요타 AI 벤처스(Toyota AI Ventures)의 짐 아들러(Jim Adler)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해 3월 WSJ과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 자동차는 다음 메뉴(cars are next on the menu)”라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자율주행차가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동차와 IT기술이 접목돼 자동차 제조사들이 IT 기업을 인수하거나, 스타트업과 연합하는 등 기업 간 다양한 투자 및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BMW그룹과 도요타는 지난해 자율주행 상용차 서비스 회사 메이 모빌리티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에는 자율주행 SW를 개발하는 오토브레인에 각각 투자했다. 

 

BMW는 2016년부터 인텔, 모빌아이와도 손잡고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BMW 입장에서는 스마트키부터 전반적인 플랫폼 제어를 위한 총체적 ICT 플랫폼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텔과 손잡으면 부품 수급적 측면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포드는 구글과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 2월, 포드는 향후 6년간 포드가 생산하는 차량에 구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포드 차량의 클라우드 컴퓨팅 및 기타 기술 서비스뿐 아니라 자동차 내 연결성이 증가하는 많은 부분을 책임진다. GM 역시 지난해 초 MS와 자율주행차 부문 크루주 및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주력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현대차가 포티투닷을 자회사로 영입, 소프트웨어 인재를 관리하는 방식도 글로벌 완성차들의 행보와 닮았다. 폴크스바겐은 ‘카리아드(CARIAD)’, GM은 ‘크루즈’라는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를 통해 수천명의 개발자들을 본사와 분리시켜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출시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 기술개발에서 빠르게 움직이면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다고 여겨지는 현대차의 조바심이 느껴지기도 한다"면서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인수와 SW 센터 구축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그룹 내 역량을 신속하게 결집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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