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北이 요청도 안 했는데 먼저 어민 송환 의사 타진했다니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22-07-17 23:24:33 수정 : 2022-07-17 23:24: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어제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탈북 어민들)을 송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면서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므로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민들을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이라고 부르면서 “이들은 범행 후 바로 남한으로 넘어온 것도 아니고 애당초 남한으로 귀순할 의사가 없었다”고도 했다.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해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정 전 실장은 북한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문재인정부가 먼저 어민 북송 의사를 타진한 것에 대해 어민들을 추방할 경우에 대비해 김정은정권의 인수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이유를 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탈북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북송할 수 없다. 당시 문재인정부는 어민 북송 통지문과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함께 보냈다. 김 위원장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서 어민들을 사지로 돌려보냈다는 추정이 합리적이다.

정 전 실장이 탈북 어민들을 ‘흉악범’ ‘엽기적 살인마’라고 단정한 것도 옳지 않다. 흉악범죄 용의자도 인권 보호 원칙에 따라 대해야 한다. 이 원칙은 내국인뿐 아니라 탈북민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탈북 어민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우리 국민으로서 국내 사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정 전 실장이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 이들은 귀순의향서를 자필로 작성했고, 북송 때 판문점에서 북한에 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버티는 사진이 공개됐다. 정 전 실장의 주장은 사건 진상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닌지 의문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엊그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송 과정을 규명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탈북 어민 북송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은 헌법과 보편적 인권을 무시하고 국제적으로 우리 국격을 떨어뜨린 중대 사안이다. 검찰이 정 전 실장 등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한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