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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르는데 직장 잃는다면… ‘70년대의 악몽’ 재현에 대한 경고음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2-06-23 15:30:37 수정 : 2022-06-23 20: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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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의장 경기침체 가능성 첫 인정
금리 계속 올려도 물가 안 잡힐 경우 파국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악몽 재현 우려
기준금리 너무 올리면 기업들 도산 가능성
정부 재정정책 병행 통해 최악 사태 피해야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은 미국 뉴욕 시민들이 물가 인하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달 초까지만해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발생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 세계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심화하면서 최근 기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정부의 ‘경기 둔화’ 언급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처음 인정했다. 물가상승은 이미 진행형이다. 여기에 경기침체까지 현실화해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70년대의 악몽’을 재현할지도 모른다.

 

◆한·미 잇따라 부정적 경기 예측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2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존재하며 연착륙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그동안 완전한 연착륙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소 부드러운 착륙(softish landing)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경기침체에 선을 긋던 것과는 대조된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확률이 높아졌다는 관측은 월가에서 이미 내놨지만, 미 통화정책 수장인 파월 의장이 공개적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한 만큼 시장의 느끼는 무게감은 다르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EPA연합뉴스

다른 연준 고위인사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두어 번 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분기를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기침체’로 정의한다.

 

하커 총재는 “강력한 노동시장이 있기 떄문에 마이너스 성장이 거듭되더라도 자신은 이를 경기침체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통념상 경기침체의 정의가 충족될 가능성만큼은 인정한 셈이다.

 

물가가 지금처럼 치솟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나타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된다. 전 세계는 1970년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이 50년 만에 다시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7일 세계은행(WB)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공급망 차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이 성장에 타격을 주고 있어 상당수 나라가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정부도 앞서 17일 ‘경기둔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대외 여건 악화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힌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은 처음이다.

 

경기둔화는 GDP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마이너스를 보이는 ‘경기침체’와는 다르다. 통상 경기둔화만으로는 물가상승과 겹쳐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한은과 정부는 줄곧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활 확률은 낮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꼭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만 경기침체로 볼 수는 없다”면서 “물가 상승세가 거센 가운데 경기 부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스태그플레이션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강력한 긴축만이 해법? “저성장 극복 장기대책 필요”

 

세계 경제는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반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 등에 대응해 달러를 마구 찍어냈다. 유동성이 풀리면서 물가가 올랐고, 여기에 1,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오일쇼크에 따른 공급충격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을 동시에 가져왔다. 경제가 연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가운데 소비자 물가는 10% 이상 상승했다.

 

한국도 스태그플레이션 유탄을 맞았다. 1973년 연평균 12%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이 이듬해 7.2%, 1975년 5.9%로 급락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1973년 3.2%에서 1974과 1975년 모두 20%를 넘겼다.

 

당시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통화 긴축정책을 활용했다. 1979년 8월 취임한 연준 폴 볼커 의장은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11.5%에서 15.5%로 4%포인트 올렸다. 그래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대를 유지하자 1981년엔 기준금리를 19%까지 인상했다. 결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83년 초 3%대로 안정됐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1980년 하반기 빠르게 회복되던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다시 냉각됐다. 기업들이 줄도산 하고 실업자가 속출하는 등 큰 불황이 발생했다. 단순히 따지면 물가상승의 해법은 통화 긴축, 경기침체의 해법은 통화 완화로 반대되기 때문에 둘다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에서 직원이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현재 ‘경기침체’까지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 중이다.

 

연준은 당분간 강력한 통화 긴축을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 15일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다음달 또 한 차례 큰폭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강력히 약속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고수하던 한은도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와 그에 따른 한·미 금리 역전을 우려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또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마이너스 성장했던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달리 지금은 저성장 고물가의 ‘슬로우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 물가 상승은 공급난에 의한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정책으로는 제약이 있으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신문 기고를 통해 “현재 경제상황은 1970년대와 다르기 때문에 당시 연준이 단행한 통화 긴축이 유효한 해결방안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만 부진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면서 “정부의 관세 인하, 유가보조금 지원 등 미시정책과 함께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핸 저성장 극복 등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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