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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장마 특성과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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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8 23:19:42 수정 : 2022-06-13 19: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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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멈추면 본격적 더위 패턴
온난화 등 영향 예측 불허 변해
최대한 빨리 달라진 경향 파악
자연재해 막을 대책 수립 시급

5월 중하순 시작된 이른 무더위 때문에 올해 여름도 얼마나 더울지 걱정이 앞선다. 2021년 여름은 6월이 평년과 비슷한 온도를, 7월은 평년보다 높아 더웠고, 8월은 평년보다 오히려 낮아 7∼8월의 온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었다. 기상청은 올여름 3개월 전망(6∼8월)을 통해 6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40%, 높을 확률이 40%, 7~8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라고 전망했다.

여름이 되면 열파와 같은 극한 기상 현상과 함께 해마다 반복되는 중요한 기상·기후학적 현상 중 하나가 장마다. 장마란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를 일컫는 말로, 1500년대 중반부터 ‘오랜’의 한자어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를 합성한 ‘댱마ㅎ’로 표현되다가 1700년대 후반 ‘쟝마’, 일제강점기 이후 ‘장마’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즉 장마는 한반도에서 최소 500년 이상 여름에 반복적으로 발생한 기상·기후학적 현상인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장마는 기후학적으로 6월 말쯤 시작해 7월 말쯤 종료되는 첫 번째와 8월 중하순 시작해 9월 초 종료되는 두 번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장마기인 6월 말쯤부터 7월 말쯤까지의 약 한 달 동안 내리는 강수는 400∼650㎜로 우리나라 연 총 강수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최근 30년(1981∼2010년) 기후 평균으로 보면 장마는 6월19일 제주도에서 출발해 남부지방은 6월23일쯤, 중부지방은 6월24일쯤 시작되어 약 32일간 지속되다가 7월25일쯤 종료한다. 장마는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대표적 현상 중 하나로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장마 기간 중의 집중호우는 지하철, 상가·주택, 농경지 등을 침수시키고, 철도·도로·교량 등 시설물을 파괴하며, 산사태 등으로 인명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백년 이상 반복적으로 발생한 장마는,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라 특성이 변하고 있다. 1970∼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장마 기간에는 쨍쨍한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드물 정도로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다가 장마가 끝남과 동시에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물론 그 시기에도 장마가 빨리 시작되거나 늦게 끝나는 해도 있었지만 장마 기간 중 비는 2∼3일을 멀다 하고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장마 기간 중 강수 현상은 전형적 특성에서 벗어났다. 장마전선이 형성되기 전이나 소멸된 후에도 강한 비가 빈번하게 내리면서 장마 시작 및 종료 시점이 큰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기상청도 2009년 이후 장마철 관련 정보를 예보하지 않는다.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1998년 여름에는 장마가 종료된 뒤 곧바로 지리산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물난리가 덮쳐 사망자가 300명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에는 중부지방의 장마 기간이 역대 최장인 54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기후변화가 지구 기후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자연적인 변동성(장마)을 변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자연적인 변동성이 가지고 있던 특성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달라져 우리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4차 보고서는 향후 장마 기간의 강수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 불안정 증가, 그리고 동서 방향의 대륙과 해양의 지상 기온차 증가 및 대기 하층의 수증기 이동량 증가가 그 이유다. 최신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여름철 강수량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창 시절 모의고사 출제 경향이 바뀌면 성적이 곤두박질치던 때가 있었다. 다시 성적을 올리려면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고 학습해야 했다. 장마를 포함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적인 변동성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 경향이 달라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달라진 경향성을 다시 파악해야 한다. 예전에 알고 있던 지식의 범주에 머물며 간과하다가 미리 대비할 시간조차 없는 자연재해를 경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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