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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숙원 ‘유보통합’… 교사 선발·처우 일원화가 최대 난제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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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31 06:00:00 수정 : 2022-05-31 07: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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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정과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어린이집 복지부, 유치원 교육부 소관
입소대상 같은데 행정·비용 지원 차이
“격차 해소” 박근혜정부 추진했지만 ‘미완’
尹정부 “추진단 구성 단계적 방안 마련”

대학 나온 정식 교원인 유치원 교사들
“어린이집과 처우 일원화 역차별” 반발
한쪽선 “영유아 보육 질 개선 우선” 반론
전문가 “이원화된 부처 통합이 첫 단추”

‘워킹맘’ 정모(34)씨의 요즘 고민 중 하나는 내년에 아이가 다닐 기관을 고르는 것이다. 지금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만 2세(한국 나이 4세)반까지만 있어 만 3세(〃 5세)가 되면 다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옮겨야 한다. 정씨는 틈틈이 집 근처 어린이집과 유치원 정보를 찾아보지만, 알아볼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씨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도 다 말이 다르다”며 “신청 방법도 다르고 비용 차이도 나서 뭐가 뭔지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이런 고민은 아이가 만 3세가 되는 부모 대부분이 한다. 국내 유아 교육·보육 담당기관은 만 0∼2세의 경우 어린이집으로 일원화됐지만, 만 3∼5세(한국 나이 5∼7세)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다. 두 기관은 관할부처가 보건복지부(어린이집)와 교육부(유치원)로 달라 행정이나 교사 양성체계, 비용 지원 등에 차이가 있다. 교육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 같은 격차를 줄이고 모든 영유아에게 양질의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유보통합’(유아 교육·보육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윤석열정부도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 유보통합을 포함했다. 교육부와 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유보통합추진단’을 구성해 유아 교육·보육을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30여년 묵은 ‘숙원’을 풀어 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근혜정부도 추진… 미완의 과제

유보통합의 가장 큰 목적은 ‘같은 연령대 아이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보육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이다. 어느 기관에 다니든 양질의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관 차이 등으로 발생하는 불합리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때에도 국무조정실 직속기구로 교육부와 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이 참여하는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 추진단’이 출범했다. 당시 공통 평가기준 마련 등의 성과는 거뒀으나 이용시간 통합, 교사 양성체계 정비, 교사 처우 격차 해소, 관리 부처·재원 통합 등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완으로 남았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는 유치원 교사보다 대체로 근무시간이 길지만 처우가 좋지 않다. 유치원은 어린이집보다 가정에서 부담하는 비용이 더 크다.

◆가장 큰 과제는 교사 양성체계 일원화

유보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교사 선발과 처우 문제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교원 신분이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교원이 아니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 등의 유아교육과에서 2∼4년간 일정 학점을 받아야 해 어린이집 교사보다 취득 과정이 까다롭다. 향후 양성 부처를 일원화해 어린이집 교사 자격 취득 조건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많은 이가 공감하지만, 현재 근무 중인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유치원 교사들은 처우 일원화가 역차별이란 입장이다. 한 유치원 교사는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 취득 후 국가임용고시도 보는데 하루아침에 어린이집 교사와 같은 처우를 받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한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교사 중에도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이 있고, 어린이집 교사가 전부 유치원 교사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육교사는 보육 서비스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낮은 임금으로 직무 만족도가 떨어지면 보육 서비스 질이 낮아진다”며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를 끌어올리는 것은 보육 서비스 차원에서 봐야지 역차별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근무 경력과 자격 등을 연동한 합리적인 급여 지급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은 “유치원 교사 양성체계는 초·중고 교사 양성체계와 동일 수준으로 정립됐지만, 어린이집 교사 양성체계는 역량 함양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급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관부처 먼저 일원화해야

전문가들은 소관부처를 일원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관부처는 교육부로 이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성희 공주대 교수는 최근 육아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새 정부 유아 교육·보육 통합의 쟁점과 과제’ 포럼에서 “관계부처가 통합돼야 교사 자격 등 구체적인 통합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며 “교육부 중심 통합은 생애 주기관점에서 질 높은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이덕난 박사도 복지부의 관련 조직·인력 등을 교육부로 이관해 교육부에 ‘영유아(교육)정책국’(가칭)을 신설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산적한 예산 문제는 지방교육재정을 관장하는 시·도 교육감이 담당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통합 과정에서 영유아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이해당사자들 중심으로 논의가 돌아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정희 한국유아교육학회장은 “그동안 여러 정권에서 유보통합이 추진됐으나 논의 과정에서 영유아의 입장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먼저 고려됐다”며 “영유아를 중심으로 한 통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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