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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제.’ 20여년 전 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입 시절 관료들 사이에 통용된 인사 관행 중 하나다. 관료들은 고위직을 끝낸 뒤 산하 공기업이나 금융기관 두 곳에서 3년 임기 기관장 혹은 감사를 지내는 건 당연시됐고 개인 역량과 처세에 따라 3년간 더 ‘꿀보직’을 차지하는 사례도 허다했다. 관료들은 퇴직 후에도 약 10년간 고액 연봉의 일자리를 챙길 수 있으니 이런 특혜가 또 없다.

당시 재경부의 영문 약칭(MOFE)과 마피아를 합친 ‘모피아’가 세간에 널리 회자됐다. 재직 중 선배가 후배를 챙겨주고 퇴직 후에는 후배가 선배의 자리를 마련해줬는데, 끈적한 관계가 마피아조직과 닮아 생겨난 말이다. 지금 젊은 관료들은 꿈도 못 꾸겠지만 그때 선배들은 이런 방식으로 금융계를 쥐락펴락했다. 산하 공기업이나 금융회사는 정부 규제를 받다 보니 모피아 출신 인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2013년 카드대란때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게 다가 아니다. 다른 부처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관행이 만연했다.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로 해양수산부 현직과 퇴직 관료의 유착, 이른바 ‘해피아’가 도마 위에 오르더니 이후에도 ‘산피아’(산업부), ‘국피아’(국토교통부), ‘교피아’(교육부) 등의 폐해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들어 이런 ‘관피아’의 기세가 잦아든 대신 정치권 출신 비전문가인 ‘정피아’가 득세하는 양상을 보였다.

윤석열정부에서 모피아가 부활할 조짐이다.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는 과거 재경부 장관을 지냈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최상목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내정자도 모피아 출신이다. 윤 당선인은 장관에게 인사권 등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했다. 모피아들이 다시 끼리끼리 뭉쳐 금융·산업 분야를 좌지우지하는 게 아닐지 걱정이다. 윤 당선인의 경제정책 기조는 정부개입을 줄이고 민간의 창의력과 시장의 효율성으로 역동적 성장을 창출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그렇다면 시야를 넓혀 민간의 참신한 인재와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를 발탁해야 하지 않을까.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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