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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방 파문’ 1년 만에 다시 등장한 ‘고양이 학대방’

입력 : 2022-04-25 20:21:46 수정 : 2022-04-25 23: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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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부러뜨리고 “2륜 구동 ㅋㅋ”
경찰 수사 착수… 카카오 자료 요청
학대 영상 공유하며 “쾌감 느껴”

동물학대범 10년새 1200% 폭증
“양형기준 없어 처벌 약해 재범 ↑”
동물 굶겨죽이면 2023년 학대 처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 몸이 축 늘어진 채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고양이. 누군가 이 고양이를 툭툭 친다. 미동조차 없다. 고양이 등을 세게 밀자 그제서야 고양이가 발버둥 친다. 하지만 걸을 수 없는 듯 일어나지도 못한 채 누워서 발만 허공에 내지른다.


지난 2월 말 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공유된 영상의 장면이다. 대화방에 있던 다른 참여자가 “저거 근데 저렇게 해도 살아요?”라고 묻자 영상을 올린 이가 “저 고양이 이미 죽었어요. 저러다 숨 멎어서 천당 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ㅋㅋ’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2. 또 다른 날, 한 참여자가 “어제도 생각해 보면 아쉬운 수확인 듯”이라며 말을 꺼낸다. 그는 “2륜구동으로 만들긴 했다. 못 걸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빠르더라”라고 말한다. ‘2륜구동’은 고양이의 네 다리 중 두 다리를 부러뜨려 나머지 두 다리만 남겼다는 의미의 은어다. 이어 그가 “도망감”이라고 하자, 다른 참여자가 “역시 털레기들. 풀어 주면 안 됨”이라고 호응했다. ‘털레기’(털 있는 쓰레기) 역시 동물학대자들 사이 고양이를 뜻하는 은어다.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영상이나 사진을 대화방에 공유해 사회적 공분을 샀던 ‘고어전문방’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만에 고양이 학대방 사건이 또다시 터졌다. 이번에도 대화방 참여자들은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디스코드 대화방을 오가며 학대 영상을 올리고 학대 방법 등을 공유했다. 이들은 “다리 관절을 꺾을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 “보기만 해도 패고 싶다”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2월과 3월 동물권행동 카라와 제보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해당 단체대화방 참여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성동서는 최근 카카오 측에 영장 집행 사실을 알렸고, 자료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동서는 카카오 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피의자를 특정하는 대로 소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성동서 관계자는 “단체대화방을 개설한 자, 실제 (동물학대) 행위자 등은 동물학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해당 대화방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최소 두 달 이상 지속됐다. 참여자들은 고양이를 ‘털바퀴’, ‘털레기’, ‘재료’라고 불렀고 학대 방법을 언급할 때도 자신들만의 은어를 썼다. 고양이의 다리 하나를 부러뜨리는 것은 ‘3륜구동’, 고양이에게 뜨거운 물을 붓는 건 ‘온수샤워’라고 칭했다. 직접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학대 영상도 꾸준히 올라왔다.

동물학대 사건은 꾸준히 증가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1014명으로 전년(962명) 대비 5.4% 늘었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이 78명에 불과했던 2010년과 비교하면 10년 새 무려 1200%나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동물학대와 관련된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처벌이 약하다는 점이 동물학대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현재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되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지난해 고어전문방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1심 재판부는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려동물 관련 소송 전문가 문강석 변호사(법무법인 청음)는 “아직 동물학대와 관련된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판사마다, 법원마다 형량의 차이가 있다”며 “동물학대 사건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만큼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동물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처벌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이나 먹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해 반려동물을 죽게 하는 행위를 동물학대 행위에 포함시키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내년 4월27일부터 시행된다.


이희진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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