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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추경 지출 구조조정 ‘험로’ 예고 [심층기획 - 새 정부 지출 구조조정 어떻게]

입력 : 2022-04-25 06:00:00 수정 : 2022-04-25 1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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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채 발행으로 재원 조달 일축
편성예산 삭감 땐 수혜자 반발 불보듯

尹 경제 공약 주도한 김소영 인수위원
“교육·교통 사업들 정부지출 효과 적어”
추경호 “뉴딜 기존사업 재탕… 절반 줄여야”
지역상품권·남북협력기금 등 ‘손질’ 시사

한덕수 “구조조정 우선… 국채는 최소화”
文정부 5년간 추경서 구조조정 19조원뿐
예산 삭감은 단순 집행일정 연기 대부분
文 역점사업들 축소, 민주당 반발도 숙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상당 부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등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국채발행보다는 기존에 잡힌 예산의 삭감을 통한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를 거쳐 확정된 예산인 데다 삭감된 사업의 수혜자들 반발이 예상되는 등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국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재원 마련에 있어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물가, 금리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발행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재정건전성 등을 감안해 가용 재원을 최대한 발굴하고, 국채발행은 가급적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경제1분과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물가 영향이 있어서 국채발행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은 지킬 것”이라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이나 장관에 임명된 직후 (국채발행) 규모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한 후보자가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했지만 이미 편성된 예산을 삭감해 대규모 재원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전례를 찾기 힘든 작업이란 분석이다. 아직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상반기여서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평가하기 이른 데다 예산이 삭감된 사업의 수혜자인 국민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본예산 607조7000억원 중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 규모는 10조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문재인정부 5년간 10차례 추경이 이뤄졌지만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이 마련된 경우는 두 번(약 20조원)에 그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상반기이기 때문에 내년이면 모를까 당장 멀쩡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평가해 지출 구조조정을 하기는 힘들다”면서 “보통은 조정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지출 구조조정은 윤석열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윤 당선인이 세출예산 절감을 통해 150조원을 공약이행 재원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예산안 편성에도 이번 지출 구조조정의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윤 당선인은 올해 재량지출(약 304조원) 예산의 10% 수준인 30조원을 매년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고, 추가 세입증가분(116조원)을 통해 공약이행 비용 266조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스1

◆‘교육’ ‘교통 및 물류’ 재정지출 효과 떨어져

 

이번 지출 구조조정의 기준은 인수위원들의 성향을 통해 간접적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경제공약 전반에 관여한 김소영 경제1분과 인수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논문 ‘기능별 재정정책의 효과’를 통해 15개 부문별로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GDP) 증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즉 정부가 부문별로 1원을 쓸 때 경제성장률의 지표가 되는 GDP와 소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따져 본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환경, 국토 및 지역 개발, 과학기술 분야에서 재정지출의 효과가 뛰어났다.

 

반면 교육과 교통 및 물류 분야는 정부지출 정책이 대체로 ‘마이너스’ 효과를 보였다. 김 위원이 논문에서 “적재적소에 재정지출을 집행하고 재정지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던 만큼 교육, 교통 및 물류 분야에 속하는 각종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는 셈이다.

추경호 후보자의 의원 시절 발언도 주목된다. 그는 2020년 10월 ‘내년도 예산안 관련 5대 분야 100대 문제사업’을 통해 당시 21조3000억원이 편성된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해 “기존 사업들의 간판만 바꿔 단 재탕”이라면서 최소 절반 이상 예산 삭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1조원이 반영된 행정안전부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사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할인쿠폰사업(878억원)도 각각 효과가 의심되고 전통시장의 타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 외 북한의 호응이 없어 집행이 불가능함에도 1조2118억원이 반영된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사업, 예산집행률이 50%대에 불과한 환경부의 미세먼지관리사업 및 해수부의 어촌뉴딜300사업도 대규모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5700억원이 편성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녹색혁신금융사업 등도 문제가 많은 사업으로 지적됐다.

 

당시 추 후보자는 “한국판 뉴딜 예산 등을 삭감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중산층, 서민 지원에 최소 10조원 이상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 후보자가 거론한 사업 중에 지역사랑상품권은 올해 예산이 줄었지만 남북협력기금, 어촌뉴딜300,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등은 예산이 늘었다.

 

◆쉽지 않은 지출 구조조정… 한국판 뉴딜 삭감도 논란 불가피

 

하지만 이런 평가가 이번 추경에 그대로 적용되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직 상반기도 채 지나지 않아 각 사업별로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데다 예산 삭감이 이뤄질 경우 수혜계층이나 지자체 등의 반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들어 추경이 10차례 편성됐지만 이 중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이 마련된 경우는 2020년 4월과 6월에 이뤄진 두 번의 추경에 그친다. 전체 금액별로 봐도 문재인정부 전체 추경 예산 156조2000억원 중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조성된 재원은 19조9000억원(12.7%)에 불과했다.

기재부가 2020년 두 차례 추경을 통해 발표한 지출 구조조정안을 세부적으로 보면, 19조9000억원 가운데 기존 편성된 사업에서 재원을 삭감해 마련한 예산은 6조1000억원이었는데 주로 집행 일정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기재부는 철도사업의 연차별 투자계획 변경으로 5500억원, 방위력 개선사업 계약일정 변경 등에 따른 연부율 조정으로 7120억원 등을 마련했다. 그 외 고통 경감 차원에서 공무원 인건비나 업무추진비 등을 줄여 9000억원가량이 조성되기도 했다.

 

특히 삭감이 필요하다고 많이 거론되는 사업인 ‘한국판 뉴딜’을 축소하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판 뉴딜사업은 디지털·그린·휴먼 뉴딜로 구성되는데 삭감 대상은 디지털과 그린 사업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11조1000억원이 편성된 휴먼 뉴딜사업은 한부모·노인·장애인 돌봄 격차 해소, 청년 자산형성 지원 등과 관련돼 예산 삭감 시 수혜계층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9조3000억원)과 그린(13조3000억원) 뉴딜사업의 경우에도 기존에 편성됐던 사업을 ‘한국판 뉴딜’이란 이름으로 분류한 것인 데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간담회를 통해 “한국판 뉴딜 예산이 제로에서 32조원이 새로 생긴 게 아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경제 전환을 위해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을 보태서 만든 것”이라면서 “디지털 가속화, 그린 경제로의 전환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사업 자체를)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달 연례협의보고서를 통해 이례적으로 한국판 뉴딜사업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IMF는 “코로나19 이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한국판 뉴딜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판 뉴딜사업은 문재인정부의 후반기 대표적인 역점사업이란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도 예상된다.


세종=이희경 기자, 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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