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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당선인 4·3 참석, 이념 대립의 상흔 치유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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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03 23:16:38 수정 : 2022-04-03 23: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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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4·3사건은 1948년 4월3일 좌익무장대의 경찰 지서 습격 이후 우익청년단 및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빚어졌다. 7년 남짓 지속되면서 한국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컸다. 그런데 한동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나오다 보니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짓기가 쉽지 않았다. 누구는 정의로 부르고, 누구는 불의라며 70년 넘게 반목했다. 이념적 대결도 깔렸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폭력에 대한 사과’를 계기로 4·3 진상 규명과 희생자·유족들의 명예 회복에 물꼬가 트이길 기대했지만 보수단체들이 4·3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상처 치유는 더뎌졌다.

 

어제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했다. 당선인이 참석한 것도,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으로 희생자의 넋을 기린 것 역시 전에 없던 일이다.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시절 세 차례 참석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추념식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의 행사 참석은 고정관념과 틀을 깬 파격이다.

 

가슴에 4·3의 상징인 동백꽃 배지를 달고 등장한 윤 당선인은 4·3 희생자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그러고는 “4·3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라며 “화해와 상생,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여야와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는 국민통합에 나서겠다던 후보 시절 발언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도를 넘는 진영 간 갈등과 다툼으로 얼룩졌던 후보 때와 비교하면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행보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아직 4·3은 제대로 된 이름이 없다. 제주 인구의 10%가 희생된 이 참극은 여전히 4·3 ‘사건’이나 ‘사태’일 뿐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낡은 이념 대립의 장벽을 하나하나 허물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백비’(白碑·까닭이 있어 비문을 새기지 못한 비석)로 쓰러진 채 남겨진 4·3의 이름을 짓길 기대한다. 화해와 상생의 국민통합을 이루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념 대결에 쓰러져간 수많은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보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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