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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공급망 차질 심화… 각국 물가 일제히 고공행진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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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03 10:30:00 수정 : 2022-04-03 11: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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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인플레이션 폭탄
美 2월 소비자물가 7.9%↑… 40년 만에 최고
휘발유값 작년 같은 시기보다 무려 48%↑
저소득층 출퇴근 힘들고 공과금도 못내
OECD國 1월 물가 7.2% ↑… 31년 만에 최고
2월 터키·아르헨 각각 작년比 54%·52%↑

對러 제재로 불확실성 커져 물가상승 가속
러 등 곡물 수출 중단… 식량 위기 가능성
美 연준, 기준금리 0.25%P↑… 긴축 예고
英 중앙銀, 25년 만에 3회 연속 금리인상
우크라 전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기름값이 오르면서 모든 것이 더 비싸졌다.”, “나는 계란 12개가 5달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을 먹고 있다.”, “처방이 너무 비싸서 약국에 그냥 놔두라고 했다”, “모든 것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지만, 우리의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미국의 설문조사 기관 모닝컨설턴트가 2월 미국인 2200명을 대상으로 물가 상승을 어떻게 체감하는지 조사한 결과 돌아온 답변들이다. 미국인 10명 중 9명이 물가 상승을 체감했고, 휘발유·우유·소고기·빵과 같은 필수품의 가격 상승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특히 저소득 가구는 휘발유 가격이 올라서 출퇴근이 어렵고, 공과금을 내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지난해 연말 미국판 1000원 마트인 ‘달러 트리(Dollar Tree)’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운임·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대부분 제품 가격을 1달러에서 1.25달러로 인상한 것에서 물가 상승을 경험했다는 답변도 많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 인상에 따른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는 월간 소비자물가 발표는 ‘불안한 정치적 사건’이 됐다”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계속 상승시킬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

미 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7.9% 급등해 40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휘발유, 식료품, 아파트 월세 등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물가상승률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8.0%, 전월 대비로는 6.6% 치솟았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준 미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미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3.78ℓ)당 4.231달러로 전년도 2.852달러보다 48.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EIA는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평균 유가가 5달러 근처까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월 식음료 가격 역시 전년 동월 대비 7.9% 급등했다. 주거 비용은 전년 동월보다 4.7% 올라 1991년 5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신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4%, 중고차 가격 41.2%나 상승하는 등 공급망 차질의 여파도 이어졌다.

물가 상승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최근 OECD 38개 회원국 평균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7.2% 상승해 1991년 2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도 터키가 전년 동월 대비 54.4%, 아르헨티나가 52.3%의 역대 최고 수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 물가가 9.2% 상승했고, 러시아에 인접한 발트 3국 에스토니아(12.0%)·라트비아(8.7%)·리투아니아(14.2%) 물가도 크게 올랐다. 폴란드도 8.5%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영국과 독일의 물가상승률도 각각 5.5%, 5.1%에 달했다. 오히려 한국(3.7%)과 중국(0.9%), 일본(0.9%)은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았다.

물가 상승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2월 하순으로, 2월 물가상승률 통계에 전쟁으로 폭등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채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등 영향으로 공급망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식량 위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지난달 12일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식량·사료 가격이 8∼20%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국내 공급 안정을 위해 오는 6월 말까지 밀과 보리, 옥수수 등 주요 곡물에 대해 유라시아경제연합국(EEU)으로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집트는 3개월간 밀과 밀가루, 콩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고, 헝가리는 모든 곡물의 수출을 금지했다. 아르헨티나도 대두유와 콩가루에 붙는 수출세를 인상해 수출 장벽을 높이기로 했다.

◆공격적 긴축 예고… 각국 중앙은행 금리 인상 시동

미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정책에 돌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달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이상 인상하는 공격적 긴축까지 예고하며 인플레이션 대응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FOMC 위원들은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 주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1.9%로 전망했다.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 때 매번 0.25%포인트 인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6명 중에 올해 기준금리 7회 인상(1.75∼2.00%)을 예상한 위원이 5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8회 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2명, 9회 인상 3명, 11회와 13회 인상을 전망한 위원도 각각 1명으로 빠른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연준은 내년 말 금리 수준으로 2.8%를 전망했는데, 올해 7차례 금리 인상 이후 내년 3∼4회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2년간 최소 10∼11회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영국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4월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8%로 상향 조정하면서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BOE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2020년 3월 두 차례에 걸쳐서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1%로 인하했다. 지난해 12월 0.15%포인트를 올렸고, 올해 2월에 또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3월까지 3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3회 연속 금리 인상은 1997년 BOE가 독립한 이래 25년 만에 처음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도 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은 1%로 끌어올리며 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고, 추가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금리를 올리는 중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성장률 둔화, 실업률 상승도 숙제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하고 있지만 성장률 둔화는 또 다른 위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OECD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적·사회적 영향과 정책적 의미’ 자료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1%포인트 넘게 하락하고, 물가는 2.5%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은 성장률이 1.4%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2.0%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성장률이 0.9%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1.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전했다. WSJ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할지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워야 할지 딜레마에 부딪혔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를 강하게 압박하고 실업률을 높여야 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썼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높은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다가 경제성장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도 당장은 주요 중앙은행 다수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파니코스 데메트리아데스 전 키프로스 중앙은행 총재는 WSJ에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해야 하지만, 경기 침체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면서 “이것은 독이 든 성배”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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