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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출판사도 돌변… 日 ‘역사 지우기’ 가속

입력 : 2022-03-30 06:00:00 수정 : 2022-03-30 03: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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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과서 ‘종군 위안부’ 삭제

각의 결정 출판사들에 관철시켜
일부 교과서 중립적 표현들 빠져
사회교과 81%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인에만 ‘강제연행’ 인정 논란

‘가해 역사 지우기.’ 29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 심사를 통과한 고등학교 교과서들에는 일본 정부의 왜곡된 역사관이 그대로 반영돼있다. 대다수의 출판사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맞춰 일본의 만행을 슬쩍 지우는 표현을 썼고, 당초 중립적인 표현을 썼던 일부 출판사들도 검정 통과를 위해 이런 표현들을 삭제했다. 특히 중국인에 대해서는 ‘연행’, ‘강제 노동’ 표현을 인정하면서도 조선인에 대해서만 이 같은 표현을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연행’·‘종군 위안부’ 표현 삭제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교 2학년 이상 교과서들은 조선인 강제노역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제를 서술하면서 ‘강제성’을 지웠다. ‘강제연행’이란 표현을 썼던 일부 출판사도 검정 과정에서 ‘정부의 통일적 견해에 기초한 기술이 아니다’란 지적이 제기되자 모두 ‘동원’, ‘징용’으로 수정했다. 일본 정부가 말하는 ‘통일적 견해‘란 지난해 4월 일본 각의(국무회의)에서 ‘강제연행’, ‘종군 위안부’ 등 강제성을 띠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채택했던 것을 말한다. 문부과학성은 이후 각 출판사에 해당 표현을 변경하도록 압박해왔다.

이번 검정은 일본 정부의 방침이 관철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강제 동원, 일본군 위안부 기술 등에서 일본 정부 견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인에 대해서는 ‘연행’ 표현을 인정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야마카와 교과서는 당초 “조선인과 점령하의 중국인도 일본에 연행돼 광산이나 공장 등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다”며 조선인과 중국인 모두 강제 노동을 했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검정 과정에서 “조선인이 징용됐고 점령하 중국인도 일본 본토에 연행돼 광산과 공장 등에서 강제로 노동했다”고 수정됐다. 중국인의 강제 노동만 인정한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위해 제출된 일본 고교 교과서에 "많은 여성이 위안부로서 전지에 보내졌다"(붉은 원, 다이이치가쿠슈사 일본사탐구), "일본의 식민지·점령지 여성 중에는 '위안부'로서 전장에 보내진 사람도 있었다"(붉은 밑줄, 짓쿄출판 세계사탐구)는 설명이 실렸다. 이는 누가 피해자를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했는지나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 노예 취급을 당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서술이다. 이들 서술은 29일 완료된 검정에서 수정 없이 합격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2종의 교과서에서 실렸는데, 역시 ‘종군’ 등 일본군과 위안부의 관계를 드러내는 표현은 모두 삭제됐다. 검정 신청 당시 ‘일본군 위안부’라 썼던 짓쿄출판사는 “‘일본군’과 ‘위안부’의 관계에 대해 학생들이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 ‘일본군’을 뺀 ‘위안부’로 수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이미 해결된 문제처럼 서술한 교과서도 많았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 동원 배상판결(2018년)을 두고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라 쓴 교과서도 있었다.

◆‘독도는 일본 땅… 한국이 불법 점거’ 주장 늘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 ‘한국이 불법 점거했다’는 억지 주장도 전보다 늘었다. 일본은 2014년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란 내용을 넣은 후 이런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시민단체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에 따르면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일본 사회과목 교과서 26종 중 21종(81%)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포함됐다. 이는 5년 전 검정(24종 중 19종·79%)보다 높아진 비율이다.

2023년에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일본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한 일본 고교 교과서에 한국 영토인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29일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지리총합(1종), 지리탐구(3종), 지도(1종), 공공(1종), 정치경제(6종) 교과서는 모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다수는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연합뉴스

도쿄서적의 교과서는 “(독도는) 시마네현에 편입한 일본 고유의 영토다. 그러나 한국이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라 주장하고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썼다. 시미즈서원의 교과서는 “일본정부는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는데 한국정부는 거부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측은 “독도 내용을 쓰지 않아도 되는 세계사탐구에도 관련 기술이 있다”며 “독도 관련 기술이 전보다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왜곡된 교과서로 배운 일본의 학생들은 그릇된 역사 가치관을 가지고 성장하게 될 것이고 향후 일본의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초·중등 학생을 포함한 대국민 역사교육·독도교육을 강화하고, 관계기관 및 민간·사회단체 등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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