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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애인 혐오’ 논쟁 말고 현실적인 이동권 대책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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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29 23:33:30 수정 : 2022-03-29 23: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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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이동권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출근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연일 비난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 대표를 맹공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제는 경복궁역사 안에서 진행한 시위에 시청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동참해 무릎을 꿇고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장애인 딸을 키우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를 “미성숙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도 어제 전장연을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전장연이 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장연의 지하철 운행방해 투쟁은 이미 국민에게 소구력이 없다”며 경찰이 적극 개입해 중지시켜 줄 것까지 요구했다. “권력자를 향해 각성을 촉구하는 게 보통의 시위 방식”이라며 “왜 3·4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이 투쟁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는 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점에서 부정적 여론이 상당하다. 하지만 시위의 원인 제공자는 장애인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는 정부당국과 정치권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시설·설비를 이용·접근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인 예산은 다른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내 저상버스 도입률 42%를 약속했지만 28%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은 오랜 시간 이동권을 찾고자 투쟁해 왔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하철 시위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단순한 시민이 아니라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지도자다. 더구나 그는 곧 집권당의 대표가 된다. 그런데 장애인들에게 ‘비문명적인 불법 시위’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묻고 싶다. 옳으면 국정에 반영하고, 옳지 않으면 끝까지 설득하는 게 정치지도자의 길이다. 민주당도 이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장애인 혐오 프레임 씌우기에 몰두해선 안 된다. 집권당이 장애인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살폈으면 이런 시위도 없었을 것 아닌가. 정치권은 장애인 혐오 논쟁을 접고 현실적인 이동권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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